‘다른 속도로 세상을 읽는다’ 경향신문 80주년, 20대와 80대 독자가 말하는 ‘신문을 읽는 이유’

2026-01-01

경향신문 창간 80주년을 맞아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구독자와 전남 광주에 사는 80대 구독자를 만났다. 두 사람은 살아온 시간도, 신문을 읽는 방식도 다르지만, 경향신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사유해왔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었다. 빠른 뉴스 소비에 피로를 느낀 20대 대학생과 오랜 시간 신문과 함께해온 80대 법무사의 이야기를 차례로 들어봤다.

“모든 소식을 즉각적으로 따라가는 게 버거웠어요.”

서울에 사는 20대 대학생 구독자, 손원민씨(24).

서울에 거주하는 손원민씨는 지난해 1월부터 경향신문 지면을 구독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온라인 구독은 더 오래전부터 이어왔지만, 종이신문을 정기적으로 받아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모든 뉴스를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것이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졌어요. 시간을 두고 정리되고 편집된 기사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 웹·지면 구독 기간과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온라인 기사 구독을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면 구독은 2025년 1월부터입니다. 2024년 12월 이후 사회 전반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온라인 뉴스를 평소보다 더 자주 찾아보게 됐고, 그 과정에서 ‘속보의 홍수’에 지친 저를 발견했습니다. 신문사의 판단이 담긴 편집된 지면을 통해 뉴스를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

▶ 또래들의 신문 읽기는 어떤가요?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온라인 기사나 언론사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해요. 지면을 구독하는 또래는 거의 없어요.

▶ 왜 경향신문이었나요?

경향신문은 다른 언론에서는 ‘기삿거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까지 적극적으로 다루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또 ‘플랫’, ‘점선면’, ‘인스피아’ 등 전통적인 기사 형식에서 벗어난 시도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이미 뉴스레터와 SNS를 통해 경향신문 콘텐츠에 익숙했어요. 지면을 하나만 구독한다면, 경향신문이 가장 적합하다고 느꼈죠. 어떤 사안을 다루는 방식에서 다른 언론의 한계를 느낄 때, 경향신문은 문제의 본질을 다른 각도에서 짚어준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 손원민씨에게 경향신문이란?

사건 속 인물들의 얼굴과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언론이에요. 특히 사회면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최근 쿠팡 로켓배송 노동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을 다룬 기사 등이 기억에 남아요.

▶ 지면 구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온라인에서는 관심 있는 기사만 골라 읽게 되잖아요. 그런데 지면에서는 내가 선택하지 않았을 기사까지 자연스럽게 읽게 돼요. 신문사의 편집을 따라가며 전체 맥락을 읽는 경험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불법 계엄 사태를 다룬 보도 방식에도 공감했습니다. 광장을 구성한 다양한 목소리를 분명하게 호명하고 있었고, 탄핵 이후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묻고 있었어요. 계엄 이전에도, 이후에도 삶은 여전히 고통스럽다는 점, 중앙 정치가 그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짚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 80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쉽게 뭉뚱그려지고 공격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앞으로도 꾸준히, 구체적인 얼굴로 다뤄줬으면 해요.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에서 쉽게 일반화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전해주길 바랍니다.

▶ 경향신문을 구독하는 80대 독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나요?

신문을 계속 읽어온 이유는 무엇인지, 신문의 독자라는 사실이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된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신문을 읽는다는 게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세상과 계속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주는지도 알고 싶어요. 또 자신과 다른 삶의 경험을 다룬 기사들을 어떻게 읽어왔는지, 신문 속에 낯선 현장, 예를 들어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가 등장했을 때 공감할 수 있었는지, 혹은 낯설었다면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도 듣고 싶어요.

▶ 2026년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요?

잠을 잘 자고,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 약속 시각을 잘 지키고, 매일 조금이라도 신문을 읽을 여유를 갖는 것이 목표예요. 새로 시작하는 대학원 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싶어요.

“신문을 읽으면 가슴이 시원해질 때가 있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80대 구독자, 신권채씨(88).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신권채씨는 30년째 경향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법원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뒤 법무사 사무실을 열면서부터 신문 구독을 시작했다.

“경향신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보도합니다. 신문을 읽다 보면 가슴이 시원해질 때가 많아요.”

▶ 주변 지인들이 경향신문을 구독하나요?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은퇴한 고령자들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경향신문을 읽고 있어요.

▶ 구독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공정한 보도에 신뢰가 갔고, 특히 사설이 좋아서 구독하게 됐습니다. 사무실에서 다 읽지 못한 신문은 따로 챙겨 집에 가서 다시 읽습니다.

▶ 다른 신문과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기사를 읽다 보면 내용이 정확하고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들이 빠지지 않고 실려 있어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나요?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기사를 인상 깊게 읽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일상과 어떻게 공존하는지 이해하는 데 신문 기사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 80주년을 맞는 경향신문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글씨체를 조금 더 크고 진하게 인쇄해서,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신문을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대 청년 독자 손원민씨의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공감하려 노력합니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생각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고 느껴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제 생각도 계속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몸은 늙어가지만, 생각만큼은 늙지 않고 싶습니다.

▶ 2026년 새해 목표가 있나요?

인공지능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 싶어요. 법무사로서 무료 법률 상담도 하면서, 이웃들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서로 다른 세대, 같은 신문

속보에 지친 20대와 사설을 곱씹는 80대. 두 독자는 서로 다른 이유로 경향신문을 읽지만, 한 신문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경향신문 창간 80주년은 이렇게 각기 다른 속도로 신문을 읽어온 독자들의 시간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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