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차량돌진 용의자 “약에 취했다”···구급차 따라 진입 ‘안전 미흡’ 논란

2025-05-28

영국 약물 운전 사망자 10년 사이 164% 증가

체포 2시간 만에 용의자 인종 공개 ‘논란’

허위정보 막기 위해서지만 다른 사건 공개 압박 우려도

26일(현지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우승 축하 퍼레이드 행사에서 승합차를 몰고 군중을 향해 돌진한 용의자가 운전 당시 약물에 취해 있었으며, 구급차를 따라 차량이 통제된 거리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경찰이 밝혔다.

약물에 취해 운전···구급차 따라 통제도로 진입

리버풀이 주도인 머지사이드주 경찰은 27일 기자회견에서 53세의 백인 영국인 남성을 살인미수, 위험 운전, 약물 복용 운전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가 어떤 금지 약물을 복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용의자는 구금 상태에서 수사받고 있다.

영국에서 운전자가 약물에 취해 운전하다 일어난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올해 1월 기준 지난 10년간 약물 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64% 증가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심장마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민간 구급차를 따라 차량 통제가 이뤄지던 워터스트리트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는 해당 행사에 대한 공공 안전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수십만명의 팬이 모인 퍼레이드의 군중 통제가 미흡했으며, 차량들이 퍼레이드 행렬에 너무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런던에서 온 시안(43)은 보행자들로 가득한 거리에 차량이 오갈 수 있었다고 비판하며 “사람들이 수천명이었지만 지나가려는 차들이 있었다”며 “거리가 너무 붐비는데 왜 도로가 차량에 개방돼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부상자는 65명으로, 이 가운데 50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11명은 아직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 모두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인 영국인’ 신속한 용의자 정보공개에 논란도

경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용의자의 인종적 배경을 공개한 것에 대한 찬반 논란도 일고 있다.

머지사이드주 경찰은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53세 백인 영국인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머지사이드주 경찰·범죄위원회의 에밀리 스퍼렐은 경찰이 용의자의 인종을 공개한 것에 대해 “경찰이 가능한 모든 정보를 대중에 공개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며 “용의자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해 지역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이 신속하게 용의자 정보를 공개한 데는 지난해 7월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댄스교실 흉기난동으로 6~9세 어린이 3명이 숨지고 어린이 8명과 성인 2명이 다친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경찰은 용의자의 종교를 밝히지 않았는데, 용의자가 무슬림이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반이슬람 폭력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 용의자의 종교는 기독교였다.

이번 리버풀 참사가 벌어진 직후에도 소셜미디어에 이 사건이 테러이며, 용의자가 무슬림이라는 허위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직 런던 경찰청 고위 간부 달 바부는 소셜미디어에 “인종차별적이고 이슬람혐오적인 허위 정보에 맞서기 위해 이번 사건에서 용의자 정보를 신속히 공개한 것이 옳은 결정”이라면서도 앞으로 모든 범죄 용의자에 대한 인종적 배경을 공개하라는 압력이 경찰에 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부는 “모든 사건은 다르기 때문에 이 사건을 선례로 여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극우 세력은 이를 왜곡해 ‘백인이기 때문에 인종을 명시했다’며 다른 용의자의 인종은 왜 명시하지 않냐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용의자 세부정보 공개에 대해 경찰 운영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다른 사건에도 용의자 정보 공개가 이뤄질 수 있냐는 질문에 “그것은 경찰의 사안이고 수사가 진행중이므로 경찰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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