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자연 감응 플로럴 아트와 치유농업

2025-10-28

[전남인터넷신문]북유럽의 꽃 예술은 인위적 장식보다 자연 그대로의 질서를 존중한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지의 플로리스트들은 화려한 색채나 대칭적 구도보다 들꽃, 나뭇가지, 이끼처럼 자연이 남긴 흔적을 작품의 중심에 둔다. 이는 단순한 미적 경향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다시 자각하려는 태도이자 북유럽 디자인 전반에 흐르는 생태적 감수성이다.

‘자연주의 플로럴 아트’라 불리는 이러한 양식은 식물이 자라는 방향과 리듬을 그대로 살려 표현한다. 나뭇가지의 비대칭, 시든 잎의 질감, 꽃의 원래 색조를 존중하며 “자연은 스스로 완전하다”는 철학을 드러낸다. 노르웨이의 민속 장식화 로즈몰링(rosemåling)에서도 볼 수 있듯, 북유럽의 예술은 오래전부터 식물의 곡선과 유기적 형태를 예술적 언어로 다루어왔다. 오늘날의 플로럴 아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이러한 미학의 배경에는 북유럽의 환경이 있다. 겨울이 길고 해가 짧은 나라에서 사람들은 실내 공간 속에서도 자연의 생기를 느끼려 했다. 창가의 화분, 나뭇가지 리스, 허브 드라이플라워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심리적 난방’이었다. 식물이 주는 생명감은 긴 어둠 속에서도 마음의 빛을 유지하게 하는 정서적 장치가 된 것이다.

이 감수성은 오늘날 치유농업(healing agriculture)과도 통한다. 북유럽과 네덜란드 등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케어팜(care farm)’이라 불리는 농업 기반 돌봄 체계가 자리 잡았다. 농업과 사회복지가 결합된 이 모델은 정신적·신체적 회복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농작업과 자연 접촉의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케어팜 참여자들은 자존감 향상, 스트레스 완화, 사회적 관계 회복 등 긍정적 변화를 경험한다. 농업이 더 이상 생산만의 공간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농장’으로 재정의된 것이다.

플로럴 아트와 치유농업은 서로 다른 분야 같지만 공통된 언어를 갖고 있다. 그것은 자연의 리듬을 회복하는 일이다. 플로럴 아트가 시각적 감응을 통해 자연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면, 치유농업은 몸의 참여를 통해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씨앗이 자라 꽃을 피우고 시드는 과정은 인간의 성장과 소멸의 순환과 같다. 꽃을 바라보거나 직접 가꾸는 행위는 결국 ‘삶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훈련’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접근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농촌의 치유농장에서 계절별 야생화나 허브를 이용한 플라워 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농장 내 수확물을 활용해 드라이플라워 리스를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손끝으로 식물을 만지고 향을 맡으며 색을 조합하는 과정은 감각을 깨우고 정서를 안정시킨다. 이러한 체험형 농업교육은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 ‘감각 회복의 농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북유럽 플로럴 아트가 추구하는 ‘불완전함의 미학’ 또한 주목할 만하다. 구부러진 줄기나 떨어진 잎마저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완벽함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중시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치유농업 역시 완벽한 생산보다 불완전한 삶의 회복을 목표로 한다. 식물처럼 비틀리고 다시 펴지는 인간의 마음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다.

따라서 플로럴 아트와 치유농업은 모두 인간과 자연이 맺는 관계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꽃을 통해 자연의 언어를 배우고, 농사를 통해 그 언어를 실천하는 것이다. 자연주의 플로럴 아트가 보여주는 미학은 치유농업의 프로그램 설계에도 중요한 통찰을 준다. 농장 한켠에 들꽃으로 꾸민 리스 체험 공간을 마련하거나, 수확한 식물을 건조해 예술적 오브제로 활용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보다 느리게, 그러나 더 정확한 리듬으로 움직인다. 북유럽의 플로럴 아트와 치유농업이 전하는 메시지는 조금 느리게, 그러나 자연의 속도대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5. 영혼을 치유하는 미학의 언어, 아프리카의 치유 화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0-13).

송미진. 2025. 유럽의 치유 화훼장식 역사와 발전.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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