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당한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코파일럿이 날렸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원의 3%인 6000명을 해고했다. 그 와중에 각자 영역에서 나름 유명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다수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생성형 AI 기반 코딩 도구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력 감원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와 에이전트를 인간의 부조종사라고 포장해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3일 전세계 직원의 3%를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워싱턴주 본사에서 약 2000명이 해고됐으며, 그중 40%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라고 보도했다.

생성형 AI 도구를 팔고 있는 솔루션 기업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업무 능력을 높여준다’고 포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미사여구는 허구란 게 마이크로소프트 정리해고 사례에서도 다시 한번 드러난다.

이같은 정리해고 발표는 사티아 나델라 CEO가 “회사 코드의 30%를 AI로 작성하고 있다”고 밝힌 직후 공개됐다는 점에서 공교롭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력을 AI로 대체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생성형 AI 브랜드도 ‘코파일럿’이라고 붙였지만 현실을 자백한 셈이다.

많은 기업이 AI로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지난달 말 듀오링고는 AI를 도입할 수 있는 직군에서 계약직 고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듀오링고는 콘텐츠 제작 직무 인력을 계속 줄여왔다. 워크데이는 2월 AI 투자를 통해 175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미국 국세청(IRS)는 세금징수 집행 인력을 해고하고 AI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틱톡은 작년과 올해 사이 콘텐츠 검수 등의 업무 담당자 수백명을 해고하고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AI 기반 운영 효율화를 위해 올해 전체 인력의 5%를 해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간관리자 위주로 해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적지 않은 수의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해고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CPython팀의 파이썬 코어 개발자인 에릭 스노우, 이릿 카트리엘, 마크 셰년 등 3명을 해고했다.

CPython 코어 개발자 마이크 드로엣붐은 링크드인 게시글에서 “며칠 동안 정말 힘들었다”며 “Faster CPython 프로젝트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이 어제 취소됐고, 해고된 대다수 팀에게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모두 오늘 파이콘에서 열리는 파이썬 언어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사실 피츠버그로 가는 길에 알람이 나갔다”고 적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8년을 근무하며 타입스크립트 개발자 중 한명인 론 벅튼도 해고됐다.

론 벅튼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8년 그중 타입스크립트에 거의 10년을 들였는데, 불행히도 최근의 해고 사태로 해고됐다”며 “구직 활동을 시작하기 전 며칠 동안 상황을 정리해야 하고 지금까지 내 여정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19년간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하며 애저 SDK 개발에 참여해온 매트 포드위삭도 해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9년을 보낸 후 이번주 오랜 세월동안 집이었던 곳에 작별 인사를 전한다”고 X에 적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 스타트업 파트너십을 담당한 가브리엘라 드 케이로즈 AI 디렉터도 해고됐다. 그가 그동안 대외 행사에서 생성형 AI 도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홍보하고 AI 채택을 독려해온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와 충격을 준다.

가브리엘라 드 케이로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해고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예상했던 걸까? 아마도”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은 아무리 열심히 일하든, 회사를 위해 아무리 옹호하든, 아무리 많은 결과와 가시성을 가져오든,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스타트업 사이에서 신뢰받는 이름이 되도록 돕든,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더 나은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든, 그 어떤 것도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적었다.

케이로즈에 의하면,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은 즉시 일을 중단하고 부재중 답변을 설정하도록 요구받았다.

더인포메이션은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해고에 대해 단순한 비용절감이나 실적부진 때문이 아니라, AI와 자동화 중심의 전략적 조직 재편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보도에 의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AI와 자동화 시스템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프로젝트 관리, 중간 관리자, 지원 서비스 등 기존 사람의 역할을 AI로 대체하고 있다. 팀 내에서 여러 직책이 협업하던 일을 소수 개발자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및 자동화 도구로 운영하고 있다는 내부 증언도 전했다.

미국고용통계국(BLS)의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컴퓨터 개발자 고용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년간 27.5% 사라졌다. 1980년 이래 가장 최저 수준이다 미국 구인구직 플랫폼 인디드에서 지난 2월 미국 전체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0% 증가한 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공고는 35% 감소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