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구원, 파킨슨병 인지저하 예측 지표 발표
“후각기능 변화만으로 인지기능 악화 감지 가능”
냄새를 잘 못 맡는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후각기능이 인지 저하 속도를 예측하는 핵심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병원들이 2021년부터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BRIDGE)을 통해 파킨슨병 환자들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후각 기능의 변화 양상이 파킨슨병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파킨슨병은 중뇌 부위에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만성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손발 떨림과 근육 경직, 보행장애 등 운동 증상과 더불어 후각 기능 저하, 수면장애, 자율신경계 이상, 인지 기능 저하 등의 비운동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연구에 참여한 가톨릭대학교 병원(서울성모·여의도성모·의정부성모)과 충남대병원,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등 5개 병원은 파킨슨병 초기 환자 203명을 후각 기능 변화에 따라 △정상 △저하로 전환 △지속적 저하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5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86%의 환자가 추적 기간에 후각 기능이 떨어졌다.
후각 저하 정도는 도파민 신경 손상 정도와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후각 기능이 정상이었다가 저하되기 시작한 환자군이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다른 군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이에 비해 운동 기능이나 심장 자율신경 기능 저하는 후각 기능 저하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다. ‘냄새를 잘 못 맡는다’는 단순한 증상이 뇌 속 도파민 신경과 인지 기능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의미다.
보건연구원은 후각 기능 검사가 비교적 간단해 파킨슨병 조기 진단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질병청과 보건연구원은 파킨슨병에 대한 국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이번 연구 결과를 비롯한 파킨슨병 코호트 사업의 성과를 공개하는 한편, 파킨슨병 환자용 건강관리앱(닥터 파킨슨)을 통한 자가 진단 방법을 누리집에 공개했다.

최근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증가 추세다. 2020년 기준 12만5927명에서 지난해 14만3441명으로 약 13.9%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환자 규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파킨슨병은 현재로서 병의 진행을 확실하게 멈추거나 늦추는 치료법은 없으나 약물이나 수술 치료와 운동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 상당수는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잘못 치료를 받거나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오해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보건연구원은 파킨슨병 환자 증가에 따라 파킨슨병 조기 진단과 예방, 예후 예측, 치료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파킨슨병은 고령사회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대표적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체계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질병관리청은 파킨슨병 환자 코호트 및 중재연구를 통해 질병의 원인 규명과 정밀 진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환자와 가족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 성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저널 랜싯의 치매 예방·중재·돌봄위원회(Lancet CDPIC)는 치매 예방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영국 런던대 질 리빙스턴 교수 등 세계 27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치매 위험을 높이는 14가지 요인이 담겼다. △낮은 교육 수준 △난청 △고LDL콜레스테롤 △우울증 △머리 외상 △신체활동 부족 △당뇨병 △흡연 △고혈압 △비만 △과도한 음주 △사회적 고립 △대기오염 △시력 저하 등이다. 위원회는 “14가지 위험요인을 모두 제거할 경우 이론적으로 전체 치매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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