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호가 11월 A매치 2연전(볼리비아·가나)을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한국 축구의 새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인 장소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1일 대표팀이 이틀째 훈련을 시작한 이 곳에 팬들을 초청했다. 선수들과 팬들의 소통의 장인 오픈 트레이닝을 통해 과거 20여년간 한국 축구의 요람 노릇을 했던 파주 대신 ‘천안 시대’의 시작을 알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선수와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협회와 천안시가 4000억원 가까이 투자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를 둘러보는 팬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엿보였다. 47만 8000㎡(약 14만 5000평) 규모의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압도적인 규모와 함께 최신식 훈련 시설로 호평을 받았다.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축구장만 11면(천연잔디 6면·인조잔디 5면)에 대표팀 숙소는 36.3㎡(11평) 82실에 달한다. 4000석 관중석을 갖춘 메인 스타디움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연령별 대회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틀째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은 “유럽에 온 느낌”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혼혈 출신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는 “잔디의 질이 놀랍다. 선수들이 훈련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졌다. 사실 독일에선 잔디가 좋은 곳과 아닌 곳에서 번갈아 훈련했다”고 놀라움을 내비쳤을 정도다.
문제는 입지다.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가 위치한 천안시 입장면 가산리는 국토 전체로 본다면 중심으로 볼 수 있지만, 선수들이 드나들기엔 까다롭다. 유럽파 선수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훈련장까지 도착하는데 교통 상황에 따라 2~3시간이 걸린다. 기존의 파주트레이닝센터와 임시 훈련장으로 자주 이용한 고양종합운동장이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것과 비교된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당일 입국해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대중교통도 마땅치 않다. KTX가 정차하는 천안아산역이나 지하철 1호선 성환역에서 택시를 타야 한다. 30대의 한 남성팬은 “새롭게 지은 시설에서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면서도 “다 좋은 데 천안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 오픈 트레이닝이 열려도 참석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픈 트레이닝에 초대받은 팬들 가운데 30여명이 ‘노쇼’를 했다.
대표팀이 A매치를 자주 치르는 서울월드컵경기장과의 먼 거리도 고민이다. 첫 경기인 14일 볼리비아전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돼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18일 가나전은 경기 전 이동 문제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대신 김포솔터축구장을 임시 대관해 훈련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고민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가 과거 파주처럼 대표팀의 요람 노릇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협회 내부를 살펴보면 직원들의 이주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128명의 정직원이 9월 19일부터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신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로 출근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지원책은 서울역과 천안아산역, 평택역을 오가는 통근 버스가 전부다. 가정과 육아 문제 등으로 여전히 서울에 살고 있는 직원들은 하루에 평균 3~5시간을 출퇴근에 쓰고 있다.
물론, 협회는 직원들이 서울에서 업무를 봐야 하는 특별한 상황을 대비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 30석 규모의 사무실도 마련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모든 직원이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로 출근해야 한다. 한 직원은 “동료들의 눈빛에 점점 총기가 사라지고 있다. 왜 천안 이전을 앞두고 일부 직원들이 육아 휴직을 선택했는지 짐작이 간다”며 “문체부와 마찰로 스타디움에 마련하려고 했던 사무실이 선수들의 휴식 공간인 숙소동으로 옮겨져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사측이라고 볼 수 있는 협회 수뇌부와 협회 노동조합은 이전과 관련해 협상을 벌였으나 견해차를 좁히기는커녕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결국, 이 문제로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지방노동위원회는 협회가 직원들에게 1~2년 차에 50만원, 3년 차에는 4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기본급을 1% 인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협회의 거부로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직원들이 천안 시대의 안착을 위해 협회와 일종의 신사 협정을 맺지 않았다면 첫 출발 전부터 불협화음이 나왔을지 모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이제 처음이라 어려움이 있다. 교통편이 좋지 않은 부분은 천안시의 협조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신설되면 나아질 수 있다.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겼다. 아직 결론은 못 내렸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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