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단적인 조직 슬림화 요구로 인해 내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예산이 24%나 삭감된 것에 항의하는 NASA 과학자·시민들의 시위가 20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열렸다. 이날은 ‘사상 첫 유인 달 착륙’이라는 대기록을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월면에 내린 지 56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반 세기 이상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던 NASA 우주개발 역량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이날 NASA 연구자와 시민 등 100여명은 워싱턴DC 소재 아이젠하워 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NASA 연구 기능을 손상하지 말 것을 자국 행정부와 의회에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 장소에서 ‘NASA를 구하라(SAVE NASA)’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거나 입간판을 세웠다. 소형 확성기를 들고 각종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집회 주최 측이 운영한 SNS에서 한 시위 참가자는 “미국이 세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일 중 하나가 NASA를 만든 것”이라며 “이보다 더 미국적인 프로그램은 없다”고 적었다.
집회가 열린 이날은 NASA 아폴로 11호가 유인 우주선으로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날이다. NASA에는 가장 뜻깊은 날 가운데 하나다. 이런 날에 NASA 과학자와 시민들이 시위가 벌인 이유는 내년 NASA 예산 축소 때문이다.
지난 5월 백악관은 내년 NASA 예산을 올해보다 24% 줄인 188억달러(약 26조1000억원)로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한 해 삭감 폭으로는 NASA 역사상 최대치다. 이 때문에 화성에서 암석을 지구로 공수해 생명체 흔적을 찾거나 우주에서 중력파를 확인하는 연구 등이 좌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력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백악관 방침에 따라 NASA 본부는 소속 인력을 지금보다 32% 줄인 1만1853명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한 NASA 직원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과 정부효율부(DOGE) 압력으로 NASA 본부는 매일 NASA를 파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 중인 미 의회 내에서는 NASA 예산을 복구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연방 정부기관을 슬림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한 상황이어서 최종 결론은 내년 예산안이 의회에서 확정되는 올해 9월 전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