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대 강국' 외치지만··· 규제 장벽에 산업 혁신 '난관'

2025-07-22

정부가 1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와 'AI 3대 강국' 비전을 내걸며 한국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국 신설, AI 전문가 장관 임명, 생산세액공제 확대 등 사상 최대 규모의 정책 지원을 쏟아내며 AI를 미래 산업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천명한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선 'AI 혁신'이 정책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규제 ▲비효율적인 에너지 인프라 ▲고착화된 공공SW 발주 관행 ▲고급 인재의 해외 유출 등 복합적 규제와 제도적 병목 등 실제 산업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자금이나 조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와 전력, 그리고 인재를 붙드는 실질적 규제 혁신"이라며 "구호와 현실의 간극이 더 커질 경우 한국 AI 산업은 '글로벌 레이스'에서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AI 생태계, 데이터·에너지·인재 '규제 삼중고'

정부는 최근 'AI 100조 투자', 'AI 3대 강국', 'AI국 신설' 등 대대적인 정책 패키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데이터 활용과 규제, 인프라의 현실적 한계가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하계포럼에서 "AI의 밥은 데이터인데, 우리 산업계는 내 데이터는 내놓지 않고 남의 데이터만 받으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며 "데이터를 내놓는 주체가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개인정보, 데이터 거래 기준 등 불확실한 규제로 공공·민간 데이터의 유통이 쉽지 않다. 업계에선 "정부가 공공데이터 개방을 외치지만, 현장에선 개인정보보호법과 각종 가이드라인의 모호함 때문에 실증·융합 프로젝트가 잇따라 무산된다"는 비판이 반복된다.

이 같은 현실에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은 "AI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의 양과 질"이라며 "개인정보보호와 산업적 활용이 조화를 이루는 데이터 고속도로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AI·데이터센터 뒷받침 못하는 에너지 인프라

전력 인프라 문제 역시 심각하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디지털 신산업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전국 단일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는 입지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은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85%가 전기요금"이라며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권과 발전소 인근 지역이 똑같은 요금을 내는 것은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역시 신재생에너지 전기요금의 높은 단가, 간헐성, 통상 리스크 등 현실적 난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파격적인 전기료 할인과 교육·정주여건 개선, 규제 '제로' 실증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전력요금 경쟁력 없이는 외국계 빅테크나 데이터센터 유치가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AI 인재 확보, 규제 개혁 없인 공염불"

'AI 인재 확보'도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인재 확보를 국가적 과제 1호로 보고 있다"며 "해외로 빠져나간 글로벌 톱레벨 인재까지 어떻게 다시 유치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현실적인 규제와 생활 인프라, 비자제도 등 다층적 제약을 문제로 지적한다.

최태원 회장은 "한국이 두뇌 유출국이 된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붙들 환경이 미흡해서"라며 "외국 인재가 정착할 수 있도록 영어 생활환경, 비자 제도, 근로여건 등에서 획기적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또 "AI 인재 양성은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고, 국내 AI 교육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기업인 출신의 AI미래기획수석(하정우), LG AI연구원장 출신의 과기정통부 장관(배경훈) 등 현장 전문가를 핵심 요직에 기용하며 민간 협력 강화 방침을 내걸었지만, "결국 규제 유연성과 현장 중심의 제도 개편 없이는 인재도, 산업 혁신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책 패키지보다 현장 규제 혁신"···SW·하드웨어 '투트랙' 병행 시급

정부는 'AI국 신설', '100조 투자' 등 사상 최대의 인프라 투자와 세제·재정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하드웨어 중심 인프라 투자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SW(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공공 SW 시장의 발주·운영 구조 개선 없이는 인재, 데이터, 에너지 등 하드웨어 자원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공공 SW 사업은 최저가 낙찰, 과업변경, 단가 현실화 미흡 등으로 민간 기업의 진입이 줄고, 산업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선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키우고, 데이터·AI 실증 실험장(메가 샌드박스) 확대, 공공-민간-학계 협업을 통한 실증과 인재 양성, 지역별 특화 허브 구축 등 '투트랙'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김현철 협회장은 "GPU, NPU 등 AI 반도체 기반의 인프라와 데이터 고속도로, R&D, 규제 혁신이 동시에 이뤄질 때만이 'AI 3대 강국' 구호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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