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서비스 수출… 韓·글로벌 경제 ‘질적 연결’ 늘려야” [2025 세계증권포럼]

2025-07-23

탈세계화 속 韓 경제전략 해법

혁신·포용키워드 ‘K-글로벌 연계’ 제안

“수출중심 성장 한계… 포괄적 전환 필요”

인력 이동·디지털 연계 등 연결성 강화

실용외교 협력 확대… 新지역전략 짜야

국내 증시 불안정 구조 완화 필요

대외 변수에 취약… 시장 변동성 크고

개인투자 정보 비대칭 등 불균형 여전

“공매도 개선 등 신뢰회복·리스크 완충”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세계경제는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격화와 이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 혁신 등 여러 방면에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도 불확실성의 파고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지난달 4일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코스피 5000’ 달성을 목표로 주주권 강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다양한 증시 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힘입어 올해 초까지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바닥권 수익률을 보이던 국내 증시는 최근 코스피 지수 320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증시 상승세 이면에는 여전히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한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와 중국의 성장 둔화,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국내 증시는 언제든 급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일보가 23일 개최한 ‘2025 세계증권포럼’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이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구조적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대외경제 전략과 금융시장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기존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보다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지역 전략 수립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와 함께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대응책과 투자자 중심의 시장 신뢰 회복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패러다임 대전환기… 한국경제 방향은

이날 세계증권포럼 기조강연에 나선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한국경제는 기존 수출 중심 성장공식으론 생존이 어렵다”며 “이제는 대외 연결성과 질적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현재 세계경제를 “1차 세계화가 막을 내리던 20세기 초반과 유사한 패러다임 대전환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기술·에너지·산업·인구구조·통상 등 5개 분야에서 동시에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 같은 흐름에 빠르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이 국가와 기업의 장기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통상 불확실성 확대 등 탈세계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이 한계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1960년대 이후 순수출은 경제성장의 25%를 담당했고 2000년대까지는 기여도가 증가했다”며 “하지만 수출의 낙수효과는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이며 최근의 통상여건 변화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수출승수(수출이 국내총생산에 미치는 영향)는 1960년대 3.717을 기록했다가 1970년대에는 절반 수준인 1.543으로 떨어졌고, 2010년대에는 0.965까지 추락하며 하락세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K-글로벌 연계 구상(K-Global Connectivity Initiative)’을 제시했다. 단순한 상품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을 넘어서, 서비스 수출, 해외 투자, 인력 이동, 디지털 연계 등 ‘질적 연결성’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아울러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에 근간을 두고, 미국·일본 등 유사입장국(비슷한 입장을 취하는 국가)과의 협력, 글로벌 사우스(비서구권 국가들)와의 연계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화의 시기에 생존을 넘어 도약하려면 연결성, 혁신성, 포용성을 새로운 핵심 키워드로 삼아야 한다”며 “한국이 글로벌 경제 질서에서 지속가능한 역할을 하려면 외교·통상 전략 전반의 근본적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절반 넘는 개미, ‘인프라·정보·교육’ 대책 필수

대외 변수에 민감한 한국 증시의 구조적 특징을 고려한 시장 안정 전략이 요구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고변동성 시장구조와 복합적인 리스크를 완화할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중 갈등 심화, 미 연준 통화정책 전환 지연에 따른 고금리, 중동·우크라이나·대만의 지정학 리스크 확대 등으로 대표되는 복합적 글로벌 변동성이 한국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한국 증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의 특성상 정보 비대칭, 레버리지 투자, 공매도 불균형 등의 문제가 더욱 크게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한국 증시의 이 같은 불안정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공매도 제도 개선 △고위험 파생상품 경보 체계 △AI 기반의 개인투자자 리스크 분석 △개인투자자 교육 및 거버넌스 인덱스 개발 △중장기 투자 유도를 위한 연금·공모펀드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은 단일 원인이 아닌 복합 변수의 상호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며 “투자자 중심의 시장 신뢰 회복과 위험관리 체계 고도화를 통해 중장기적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거시경제 변화가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도 논의됐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채연구팀장은 “앞으로 고령화로 인해 의무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채 발행이 추세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제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높지만 20~30년 후에도 그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재정 적자 관리와 증세 논의 등 구조적 대응에 달려 있다”며 “지속가능한 재정운용 방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져야 우리나라 국채시장도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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