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털보다 푹신한 에어패딩…휴머노이드에도 입힐 것" [스케일업 리포트]

2025-06-18

공기로 따뜻함을 입힌 옷, 물에 뜨는 패딩조끼, 세탁 가능한 발열 원단,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호하는 옷…. 언뜻 영화 속 상상 같지만, 실제 이 같은 의류 원단을 구현해낸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패션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커버써먼(CVSM)'이다. 커버써먼의 기능성 원단 기술은 국내 아웃도어 의류 업체는 물론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도 적극 활용해 의류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커버써먼은 앞으로 패션 및 원단 기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테크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이재호 커버써먼 대표는 18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목디스크를 앓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만든 후드형 목베개 제품이 커버써먼의 시작이었다"면서 "앞으로 널리 우리 기술을 널리 알리고 뿌리를 내리게 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리털보다 보온성 확보한 공기 충전재 패딩 '승부수'

커버써먼은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재호 대표가 2017년 설립했다. 면과 동일한 질감의 원단에 공기를 머금을 수 있도록 한 '에어테크' 기술과 얇고 유연한 원단을 활용하는 '발열테크' 등의 기술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다. 특히 에어테크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상품을 자체 브랜드는 물론 외부 패션기업과 협력해 출시하며,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커버써먼의 에어테크 기술은 기존 공기를 주입하는 의류와는 차별화된 장점을 갖고 있다. 기존 원단 내부에 튜브를 넣어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의류와 다르게 커버써먼의 에어테크 기술은 면처럼 부드러운 원단에도 공기를 주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편한안 착용감을 제공해주며, 디자인적으로도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 대표는 "원단끼리 붙이는 특수 공정을 적용해 지금의 에어테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경쟁사들이 우리 원단과 비슷한 연질로 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버써먼은 에어테크 기술을 활용한 패딩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패딩 충전재로 오리털이나 거위털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커버써먼은 내부에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만으로도 보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커버써먼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을 통해 자사 에어테크 경량 패딩과 해외 SPA 브랜드 제품을 비교하는 보온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커버써먼 제품이 최대 18% 이상 높은 보온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패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커버써먼의 에어테크 기술은 동물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표는 "경량 패딩의 경우 에어테크 기술로도 보온력을 높일 수 있지만, 고용량 오리털이 들어가는 두꺼운 패딩은 아직 따라가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향후 우리의 에어테크와 발열에트 기술이 합쳐진 패딩을 개발한다면, 한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는 경량패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아웃도어 브랜드와 협업…로봇 패션·보호복으로도 주목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커버써먼은 해외 주요 명품 브랜드와 국내 아웃도어 의류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B사'에서는 먼저 찾아와 커버써먼의 에어테크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제안했고, 실제 제품 출시로까지 이어졌다. 커버써먼은 2019년 회사 설립 초기 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를 통해 제품을 출시한 적이 있는데, 이를 보고 B사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데상트, 네파, K2, 코오롱 등에서도 커버써먼의 에어테크 기술이 들어간 후드티와 패딩조끼, 자켓 등을 제작해 판매 중이다.

이 대표는 해당 에어테크 기술이 구명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단 안에 공기가 주입되는 만큼, 해당 의류를 착용함으로써 물에서 뜰 수 있는 부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해양 스포츠 관련 의류 브랜드와 구명용품 제조사 등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구명 제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패션 시장에도 일찍이 주목하고 있다. 향후 수년 내로 가정용 및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본격적으로 보급될 경우, 이들이 착용하는 의류와 보호장비 시장이 새롭게 형성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커버써먼의 에어테크 원단은 로봇의 고가 부품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이 대표는 "휴머노이드와 반려 로봇이 대중화되는 시대가 오면 로봇도 패션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또 로봇이 넘어지거나 충격을 받을 경우, 수천만 원에 달하는 내부 부품이 손상될 수 있는데 패션뿐 아니라 로봇의 안전을 보호하는 의류로도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열 기술로 방한복 구현…바닥재와 결합시 난방도 가능

발열테크 기술도 커버써먼의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다. 특히 기계세탁이 가능한 발열 원단을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향후 의류를 비롯해 신발,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전선 삽입 구조와는 다르게 자체 개발한 스마트 원단과 전도성 단추를 활용한 덕분이다. 또 해당 기술에는 자동 온도 조절 센서도 탑재돼 있어, 지속적으로 같은 온도를 접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저온 화상도 방지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커버써먼은 해당 발열테크 원단 기술이 건축자재 시장에서도 활용될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해당 원단의 경우 0도부터 100도 이상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이 기술을 건물의 바닥재 등에 적용할 경우, 별도의 복잡한 난방 시스템 없이도 실내 온도를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기존 방식보다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동일 수준의 난방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향후 스마트 건축 내장재 시장에서 발열 원단이 새로운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커버써먼은 해당 원단 기술을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에어테크, 발열테크 원단을 키트 형태로 제작해 공급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0년 런칭한 자체 브랜드인 '키크'를 통해서도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커버써먼은 최근 이러한 기능성 원단을 생산할 수 있는 자체 공장도 구축 중이다. 제품 생산 역량을 내재화함으로써 기존보다 원가율도 대폭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커버써먼은 패션테크를 넘어 산업재와 패션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테크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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