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맥주공장 살렸다' 중국 MZ는 '차맥'을 마신다

2025-06-17

‘마오젠(毛尖, 모첨), 룽징(龙井, 용정), 우룽(乌龙, 우롱)’

전통차(茶) 이름이 술 앞에 붙었다. 전통차를 블랜딩한 맥주가 중국 주류 업계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현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명 ‘차맥(茶啤)’ 열풍이 불고 있다. ‘차맥’ 관련 영상이 숏폼 플랫폼에서 3000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어떤 차맥이 맛있냐’는 SNS 게시물은 3만 건을 넘어섰다. ‘차맥’ 제품 출시로 돌파구를 찾은 로컬 맥주 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가벼운 술’ 트렌드, 현지 차 문화 접목

이번 ‘차맥’ 열풍은 약 1년 전 시작됐다. 지난 2024년 8월 출시된 ‘신양 마오젠(信陽毛尖, 신양모첨)’ 맥주가 신호탄이었다. 이 제품은 첫날에만 6톤 물량이 팔리면서 일약 맥주 판매 랭킹 1위에 올랐다. 해당 업체는 이후 3개월 동안 맥주 제조용 찻잎만 4.5킬로그램을 구입했고, 이후 한 번에 3톤 물량을 주문하며 ‘신양 마오젠’ 업계에 즐거운 충격을 안겼다.

‘신양 마오젠 맥주’를 출시한 주인공은 1982년에 설립된 진싱맥주(金星啤酒, KingStar Beer)다. 본사는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 있다. 43년 역사를 가진 진싱맥주는 정저우를 대표하는 맥주 업체로 연간 약 200만 톤의 맥주를 생산한다.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는 맥주업계에서 지방 브랜드인 진싱맥주는 유통채널 확장이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었다.

진싱맥주는 ‘가벼운 술’이라는 업계 트렌드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 2023년 9월, 중국 커피 브랜드 루이싱(瑞幸, luckin coffee)이 마오타이(茅臺)와 손잡고 출시한 ‘장향라떼(醬香拿鐵)’가 화제를 모았다. 첫날 판매액만 1억 위안(약 190억 원)을 돌파했다. 이후 각종 음료를 블랜딩한 ‘가벼운 술’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진싱맥주는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맥주에 전통차를 접목했다. ‘신양 마오젠 맥주’는 이렇게 탄생했다.

“판매 첫날 상상 이상으로 주목을 받았어요. 6톤 물량을 준비했는데 전부 팔렸죠.”

현지 매체 톈샤왕상(天下網商) 보도에 따르면, ‘신양 마오젠 맥주’ 출시 첫날의 열기는 진싱맥주 브랜드 마케팅 본부 왕원이(王文藝) 총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진싱맥주의 ‘차맥’은 ‘세 가지 향’을 추구한다. 맥아의 ‘보리향’, 신양 마오젠의 ‘차향’, 그리고 맥주가 발효된 이후 생기는 ‘술향’이다. 티몰(天猫) 진싱맥주 스토어 소개에 따르면, ‘차맥’의 차맛은 추출액이 아니라 진짜 찻잎으로 구현한다. 맥주 1캔에 평균 2그램의 찻잎이 들어가며, 28일의 발효 기간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신양 마오젠은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로, 녹차의 일종이다. 뾰족한 바늘 같은 형태 덕분에 ‘마오젠(毛尖, 모첨)’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차를 즐겨 먹는 중국인들의 습관에 ‘가벼운 술’ 트렌드를 접목한 격이니 ‘차맥’은 어찌 보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 아니었을까.

‘차맥’ 제품 잇따른 출시, 주 소비층은 젊은 여성

진싱맥주의 성공은 기타 로컬 업체들의 잇따른 ‘참전’으로 이어졌다. 티몰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차맥’을 비롯한 크래프트 맥주의 판매량이 기존 대형 맥주 브랜드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중에서도 ‘차맥’ 제품의 증가율이 선두를 달렸다. ‘차맥’ 열풍의 본질적인 원인은 소비자의 니즈가 세분화된 덕분이다. 아직까지 대형 맥주 브랜드는 세분시장을 ‘조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 속, 신생 브랜드가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맥주 업체 뿐만 아니라, 허마(盒馬), 팡둥라이(胖東來) 등 중국 유통 업체도 자체 브랜드 개발 혹은 콜라보 방식을 통해 주류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중국 대표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海底撈)도 룽징(龍井, 용정) 맥주를 선보였다.

윈주터우탸오(雲酒頭條) 보도에 따르면, 진싱맥주의 신양 마오젠 등 중국식 크래프트 맥주 소비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 맥주 소비에서 남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대비를 이룬다. 최근 중국 주류시장의 키워드로 ‘저칼로리’와 ‘가벼운 술’이 주목받으면서 업체들의 전략도 전과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진싱맥주는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복숭아 우롱(蜜桃烏龍), 자스민차(茉莉花茶) 등 새로운 맛의 제품을 추가로 선보였다. 마케팅은 최우선적으로 틱톡 등 숏폼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다. 공식 채널 라이브를 통해 제품을 첫 공개한 후,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각종 숏폼 영상을 확대 생산한다. 주 소비층을 집중 공략해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가벼운 술’ 트렌드가 대세가 됨에 따라 ‘차맥’을 비롯한 각종 블랜딩 술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현지 업계는 관측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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