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레인지 귀퉁이에 관중이 모여 있어 가 봤더니 여성 세 명이 샷을 가다듬고 있었다. 카메라들이 분주하게 그들을 찍었다. 강렬한 녹색 원피스를 입은, 가장 튀는 여성은 페이지 스피라넥이었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는 2017년 깊게 파인 넥라인, 레깅스, 짧은 치마를 금지하는 복장규정을 만들었다. 투어의 높은 분들이 아니라 선수들이 규제를 만들었다.
노출 복장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초청 선수로 참가하는 스피라넥을 겨냥한 거였다. 스피라넥은 몇 차례 Q스쿨에 도전해 떨어졌는데 그는 “오히려 축복이었다”고 했다. 골프 인플루언서의 선구자가 됐다면서.
PGA 투어 트루이스트 챔피언십 개막 전날인 7일 대회장인 필라델피아 크리켓 클럽에서 크리에이터 클래식(Creator Classic)이 열렸다. PGA 투어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여는 이벤트다.


스피라넥은 인스타 팔로어가 400만 명이 넘는다. 골퍼라면 다들 아는 스피라넥을 인터뷰하면 뉴스가 안 될 것 같았다. 참신하며 스윙도 더 좋은 또 다른 여성 크리에이터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 물었다.
취재 때문에 찍자고 한 건데 이 인플루언서는 대뜸 옆으로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고 셀카 포즈를 취했다(약간 움찔했지만 거절은 안 했다).
취재 대상을 잘 찾은 것 같다. 그는 ‘제2의 스피라넥’ 혹은 ‘스피라넥의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구독자 100만 명의 요즘 뜨는 클레어 호글이었다. 그는 대학 때 골프 선수를 하다 어깨 부상과 코로나19 때문에 콘텐트 제작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클레어를 어디선가 본 듯했는데 한참 후에 기억났다. 우린 구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