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공감’은 가족을 지키는 열쇠…가까울수록 더 다정하게

2025-05-11

가족 모임이 많은 가정의 달 5월이다.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했건만 사소한 오해와 다툼으로 마음 상할 일도 많아지는 게 현실이다. 누구보다 가깝고 소중한 사이인데, 같은 말이라도 기왕이면 다정하게 할 순 없을까. 최광현 한세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 교수는 ‘가족의 두 얼굴’ ‘가족의 발견’ ‘가족 공부’ 등 가족에 대한 저서를 다수 집필한 가족상담 전문가다. 최 교수를 경기 군포시 한세대 연구실에서 만나 건강한 가족관계를 위한 대화법을 들어봤다.

-사회에서 만난 이들에겐 예의를 지켜면서 가족에겐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고 말을 함부로 하기도 한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랑하면서도 왜 상처를 주고받는가?

▶가족은 세상 어떤 관계보다 관대하다. 사회에선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충분한 게 가족관계다. 가깝고 편하고 의지가 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정화되지 않은 감정을 가족에게 전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편해도 경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사람은 나와는 다른 인격체이며, 우리 사이엔 분명한 경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후회한다. 경계를 인정하면,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할 수 있다.

-가족 안에서 경험하는 고통이 더 아픈 이유는 무엇인가?

▶관계성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상처받으며 산다. 어떤 상처는 금방 잊지만, 어떤 상처는 평생 가슴에 남는다. 상처를 준 사람과 내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가 중요해서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 내게 준 상처는 쉽게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했던 말 한마디, 비언어적 표정은 가슴속에 오래오래 남는다.

-여타 인간관계와는 다른 가족관계의 특징이 있다면?

▶인간관계의 기본 원칙은 ‘기브 앤드 테이크(주고받기)’다. 정서적이든 물질적이든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관계는 깨지기 쉽다. 부부관계에선 기브 앤드 테이크가 중요하다. 반면 부모와 자식관계는 다르다. 부모는 주고, 자녀는 받는다. 그리고 자녀는 (부모에게 받은 것을) 먼 훗날 본인의 자녀에게 준다. 그런데 자녀에게 준 것을 돌려받으려는 부모가 많다. 문제가 되는 게 이 대목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한다면, 성인이 됐을 때 본인 자녀에게 줄 수 있는 힘이 떨어진다.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지켜야 하는 대화법은?

▶어떤 대화 기법보다 중요한 것이 공감이다. 공감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멍하니 있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추임새를 넣으며 적절한 반응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대화의 판이 깔리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보통 고민을 얘기하면 해결방안을 제시하려고 하는데, 그러다가 싸우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해결방안이 아니다. 가족 사이에선 경청 속에서 이뤄지는 공감이 필요하다. 묵묵히 들어주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게 중요하다.

-돈독한 부부관계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부부는 반드시 2주에 한번 카페에 가야 한다. 특별한 목적 없이 차와 간단한 디저트를 먹고 그저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실망, 부정적인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관계를 바로잡아줄 수 있는 면역 장치가 바로 카페다. 부부가 주기적으로 카페에 가서 소소한 수다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부부관계를 위한 효과적인 투자다. 건강한 가족관계는 부부관계에서 시작된다. 부부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하다. 모든 비극은 부부가 행복하지 않은 데서 출발한다.

-부모는 장성한 자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자녀의 일상을 물어보며 대화의 물꼬를 터보자. ‘회사는 별일 없지? 사업은 잘되니?’ 이런 큰 질문 대신 자녀가 일상을 세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게 좋다. 가령 손주들은 어떤 학원에 다니는지, 주말에는 보통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등 일상의 한 주제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라. 그리고 자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라. 그러지 않고 부모가 말을 많이 하면 대화가 훈계 식으로 흐르기 쉽다.

장성한 자녀와 멀어지는 부모의 특징은 자녀를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엿한 가정을 꾸려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어린아이로만 볼 때 문제가 생긴다. 가족관계는 끝없이 변화한다. 유년기·사춘기·성년기를 맞은 자녀와의 관계는 달라져야 한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건강한 가족의 모습이다.

군포=함규원 기자, 사진=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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