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멍한 행동, 뇌전증 신호일 가능성… 조기 진단과 치료 중요

초등학교 1학년 여아가 최근 수업 시간 내내 멍하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호자와 함께 소아청소년과를 찾았다. 여러 검사를 거쳐 소아 뇌전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분당제생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뇌전증 환자는 2018년 14만 5천여 명에서 2022년 약 15만 2천여 명으로 최근 5년 새 4% 이상 늘었다. 특히 2022년 기준 10대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는 3만여 명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전증 하면 흔히 경련이나 발작을 떠올리지만, 멍한 표정이나 반복적인 입맛 다시기, 손 만지작거리기처럼 일상 속에서 알아차리기 어려운 증상도 있다. 특히 ‘양성 소아 뇌전증’처럼 소아기에 주로 나타나고 치료 예후가 좋은 유형도 있다.
이른바 '멍 때리는 뇌전증'은 눈을 멍하니 뜨고 반응이 없는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주로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성인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분당제생병원 변성환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이 증상은 ADHD나 단순한 산만함으로 오해받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결신 발작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아이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거나, 물을 흘리거나 입을 오물거리는 행동을 반복하며, 발작 직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뇌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아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소발작은 하루에도 수차례에서 수백 차례까지 발생할 수 있고, 4~10세 아동에게 흔히 나타난다. 뇌파 검사와 간단한 호흡 유발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며, 약물 치료에도 잘 반응해 일정 기간 치료 후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변 과장은 “가벼운 증상이라고 방치하면 대발작으로 진행돼 내원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 증상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양성 뇌전증으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 뇌전증은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멍한 행동이 반복되거나, 불러도 반응이 없고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면 단순한 습관으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이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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