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인구 1% 유대인인데…마크롱은 왜 연일 네타냐후 때리나

2025-08-2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의 설전이 거세지고 있다. 다음 달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하겠다는 마크롱의 발언에 네타냐후가 “프랑스 내 반유대주의에 기름 붓는 격”이라고 정면 비난하자, 마크롱이 재차 반박하면서다.

마크롱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의 발언이 “비참하고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반유대주의 폭력이 늘어난 원인을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서 찾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왜곡이며, 책임 회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서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인 공동체를 보유하고 있다. 약 50만 명, 전체 인구의 1% 안팎에 달하는 유대인이 프랑스에 거주한다. 이 때문에 반유대주의 문제는 프랑스 사회에서 늘 민감한 현안이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가자 전쟁 이후 프랑스 내 반유대주의 사건은 급증했다. 물리적 폭행, 협박, 낙서와 기물 훼손 등이 이어지며 유대인 사회의 불안이 커졌다. 일례로 2006년 살해된 23세의 유대 청년을 기리기 위해 심은 올리브 나무가 훼손되는 사건이 최근 발생하자 마크롱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가해자를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지난달 유대인 혈통의 프랑스군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1859년 10월 9일~1935년 7월 12일)를 기리기 위해 7월 12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겠다고도 언급했다. 드레퓌스는 19세기 말 프랑스 제3공화국으로부터 독일에 군사 기밀서류를 팔아넘긴 혐의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받았지만, 1906년 7월 2차 재심에서 무죄가 확인돼 복권됐다. 이 사건은 프랑스 정치의 민주적 방향을 재편성하고, 사상·문학면에서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마크롱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언급하는 배경에는 ‘프랑스식 독자 외교’라는 더 큰 그림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외교 노선을 주도했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정치전략과 맞닿아 있다. 드골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기에도 프랑스의 독자적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며 유럽의 주체적 역할을 주장해왔다. 당시 미국과 가까운 영국의 유럽공동체(EC) 가입을 거부했고,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통합사령부에서 탈퇴했으며,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했다. 또한 1964년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새로운 외교 지평을 열었고,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아랍 양측을 모두 인정하는 균형 외교를 시도했다.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겠다는 마크롱의 발언은 미국, 이스라엘 등과 각을 세우는 결과를 낳았지만, 프랑스의 독자적 위상을 강화하고 국제무대에서 유럽이 독자적인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드골주의적 계산이 깔린 것이다. 프랑스의 입장 발표 뒤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이 잇따라 팔레스타인 승인 의사를 표명했다. 마크롱이 국제적 흐름을 선도하는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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