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이재명 대통령은 8·23 한·일 정상회담과 8·25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 같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최대 외교 이벤트가 임박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역대 정부를 보면 한·미 관계가 순탄할 때는 워싱턴 순방이 외교적 성과를 챙겨오는 기회의 무대였다. 하지만 관세 폭탄에다 동맹 현대화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해야 하는 이번 방미는 '호랑이 굴' 같은 백악관에 들어가 지뢰밭을 슬기롭게 피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정, 대학 때 미 대사관저 난입 전력
조, 반일 선동해 정치적 이득 챙겨
대통령에 부담, 외교 악재 될 수도
실제로 집권 2기 들어 트럼프는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백악관 극장 정치'를 노회하게 활용해왔다. 우크라이나와 남아공 대통령 등이 언론 카메라 앞에서 면박당하고 곤욕을 치른 전례가 있다. 물론 중국 견제를 위해 중요한 동맹국의 국가원수를 상당히 예우하고 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파격적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돌발 제안으로 어색한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기에 대통령실과 외교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방일과 방미를 목전에 두고 가파른 지지율 하락은 심기가 불편할 수 있는 사안이다.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자칫 50% 선이 무너질 위험도 거론된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새 정부에 대한 민심의 허니문이 끝났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일에 이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외교적 성과를 거둬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만만찮은 숙제가 생긴 셈이다.
지지율 급락 배경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혁신당 대표의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신경 쓰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대표는 야당인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할 내란 정당"이라 규정하고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 지지율도 대폭 떨어졌다.
보란 듯이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키우는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떤 대미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그는 민주화 이후인 1989년 10월 건국대 4학년 재학생 시절에 '반미 구국 결사대' 소속 대학생 5명과 함께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난입해 점거 농성했던 반미 운동권 출신이다. 이들은 쇠파이프·화염병 등으로 대사관저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노태우 매국 방미 반대"와 "농산물 수입 개방 압력 철회" 등을 외쳤다. 이 일로 대학생 정청래는 2년을 복역했다.

그가 극렬히 반대했던 당시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 정책에 대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소련·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 수교하는 외교적 쾌거로 이어졌다. 미국과의 악연 때문인지 2013년 10월 당시 외교통일위원회 국회의원 정청래는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위한 미국행 비자를 거부당하는 수모를 경험했다.
조국 전 대표의 경우 광복절 사면·복권의 최대 수혜자인데, 정치적 부담은 이 대통령에게 더 전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구치소를 나오자마자 선거 출마 행보로 논란을 키웠다.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해 2030 세대에 사과할 의향을 묻자 "몇 번의 사과를 한다고 2030이 마음을 열겠느냐"며 반문해 민주당조차 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80주년을 맞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일본을 상생 협력 파트너로 인정해 전향적 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조 전 대표는 2024년 5월 독도를 갑자기 방문해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며 자극적인 반일 행보를 했던 전력이 있다. 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조 전 대표가 또다시 '죽창가' 등 손쉬운 반일 몰이에 집착한다면 이재명 정부에 불똥이 튈 수 있다.

이처럼 '반미 정청래'와 '반일 조국'은 이 대통령에겐 정치·외교적 자산이 아니라 부채이며, 자칫 외교적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반미·반일 선동으로 정치적 이득을 챙겼던 중견 정치인들이 책임이 큰 자리에서 앞으로 얼마나 점잖은 행보를 보여줄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