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다" 비판 거센 재외선거관 '선거법 단속'
한국법 근거로 미국서 단속
미국 정부 동의 여부 모르쇠
"당사자가 조사에 동의" 강조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진행중인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노태악, 이하 중앙선관위)의 미국 내 선거법 단속이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선관위는 주권침해 등 국제법 위반 여부에 대한 질의에는 궁색한 답변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범죄 조사권 행사가 ‘국민의 기본권’에 제한을 가하는 행위〈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선거연구〉임에도 미국 등 해외에서 벌이는 조사 활동에 대해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중앙선관위는 미국 등에 파견된 재외선거관의 선거범죄 예방 및 단속 업무에 관한 본지 문의에 대해 2주가 지나서야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질의는 중앙선관위가 지난 2일 LA지역 재외동포 2명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사법기관 수사의뢰 및 경고서한을 보냈다고 밝혀 이뤄진 것이다.〈본지 5월 5일자 A-1면〉
우선 중앙선관위 공보과는 “(재외선거관은)재외선거사무 지원 등을 위해 파견된 중앙선관위 소속 직원은 법 제218조의28 및 제272조의2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선거범죄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재외국민 또는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기본권 제한 행위 근거로 한국 법령만 들이댄 셈이다.
반면, 중앙선관위는 주권침해 등 국제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변 거부’로 일관했다. 한국 법무정책연구원은 중앙선관위와 재외선거관의 조사권 발동 행위는 ‘현지 국가의 사전 승낙 없이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직접적인 수사(조사) 형태로 주권침해 등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제법상 한국 정부기관이 다른 나라에서 조사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사법공조(Rechtshilfe)’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 외교부도 재외국민 사건처리 안내와 관련 ‘재외국민 대상 강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LA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에 파견된 경찰·검찰 영사가 주권침해 등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재외국민 대상 자체 수사나 체포를 강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국제법 위반 소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 공보과는 재외선거관의 선거범죄 예방 및 단속 업무가 국무부 등 미국 정부의 동의를 받았는지에 관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해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외선거관의 시민권자 및 현지 언론사 대상 조사 행위가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등 주권침해 문제를 유발한 점에 대해서는 “(한국) 법령에 따라 선거범죄 조사를 할 수 있다. 재외선거 조사는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고, 당사자의 동의를 받으며 주권침해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재외선거관의 선거법 위반 단속 행위가 주권침해 논란을 키우자 ‘당사자의 동의’를 강조한 답변도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중앙선관위 재외선거관은 한인 시민권자, 미국법인 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접촉, 면담, 자료 요구에 나서 비판을 받았다. 〈본지 2024년 3월18일자 A-1면〉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 공보과는 LA타임스, 뉴욕타임스 등에 한국 선거 관련 정당 또는 후보자 지지 지면 광고가 게재될 경우 대응에 대해서는 “발생하지 않은 행위라 답변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인 사회는 선거법 단속 관행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인민주당협회(KADC) 전 이사장인 스티브 강 LA시 공공사업위원회 의장은 “미국은 법으로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를 보호한다”면서 “한국에서 파견한 공무원이 미국 내에서 지나치게 활동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미국 시민권자의 활동을 제재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