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수장을 겸직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NSC 조직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라고 NBC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개편은 NSC 시스템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 스타일과 일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CNN도 이날 "NSC가 며칠 내로 직원을 줄이고, 최고위급에 의사 결정이 집중되는 하향식 강화 등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끝나면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인사는 CNN에 "우리가 알고 있는 NSC는 이제 끝났다"고 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NBC에 “루비오 장관은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놀라운 역할을 하고 있다”며 "NSC는 최대한의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간소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NSC 수장이던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루비오 장관에게 이 자리를 겸직하라고 지시했다.

조직 개편이 완료되면 150명인 NSC 직원은 50~6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감축되는 직원들은 해고 대신 다른 기관으로 재배치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루비오 장관은 백악관 인사담당자와 NSC 인력 구조를 논의했고 정권 출범 후 3개월간의 직원 데이터를 토대로 감축 계획을 확정했다고 알려졌다. 루비오 장관은 NSC 업무 일부를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등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통적으로 NSC는 연구를 통해 특정 이슈에 대한 정책을 대통령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이젠 트럼프가 지시하는 사안을 이행하는 식이 될 전망이다. NSC에서 국가 안보 의제를 논의하는 회의 자체가 없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CNN은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등 최측근 참모들이 NSC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한 공화당 의원은 CNN에 “영향력 있는 트럼프 인사들은 NSC를 관료주의적 장애물로 본다”고 전했다.
NSC는 해리 트루먼 정부 때인 1947년 법에 따라 설치됐다. 대통령에게 국가안보 및 외교정책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한다. 존 F 케네디 정부 때 20명이던 직원이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인 2010년 370명까지 늘었다. 바이든 정부 말인 올해 1월에는 300명이었지만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150명까지 줄었다.
볼턴, 해임 후 트럼프 저격수 변신
그간 트럼프는 NSC 수장을 수차례 갈아 치웠다. 트럼프 2기 첫 NSC 수장이었던 월츠는 민간 메신저에서 군 공습 계획을 논의했던 '시그널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재신임을 확인했지만 결국 취임 100일 만에 해고됐다. 이란 핵문제 등에서 트럼프와 정책적 충돌을 빚은 것이 경질 사유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첫 임기 때는 4명의 안보보좌관을 임명했다. 마이클 플린은 안보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러시아 측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 25일 만에 사임했다. 플린의 후임인 허버트 맥매스터는 트럼프와 정책적 차이로 갈등하다 13개월 만인 2018년 4월 트위터(X)로 해고됐다. 뒤를 이은 존 볼턴도 북한·이란 관련 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주장해 트럼프와 충돌했고, 2019년 4월 경질됐다. 해임된 뒤 볼턴이 트럼프 저격수로 변신한 것도 트럼프 입장에선 입맛이 쓴 상황이다.

이제 ‘북한통’으로 알려진 알렉스 웡 NSC 부보좌관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CNN은 “알렉스 웡은 루비오 체제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1기 때 북한과 관련해 핵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유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