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대선 단골공약 모병제 도입 논란

2025-05-15

北 100만 병력 유지 전망 속

南 2038년 40만명 붕괴 예측

국군 35만명 시대 대비할 때

모병제 포퓰리즘적 접근 안 돼

대선시즌이 다가오면 거론되는 단골 국방이슈가 있다. 바로 모병제 논란이다. 우리 헌법 39조는 모든 국민이 법률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병역법은 대한민국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여 징병제를 채택한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은 복무기간 단축과 모병제 도입으로 젊은 남성과 그 가족들의 표를 노린다.

우리 현대사에서 복무기간은 안보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1949년 처음 제정된 병역법에서는 복무기간은 24개월이었지만, 6·25전쟁 도중에는 최대 48개월까지 늘어났다. 이후 36개월에서 30개월까지 줄었다가 1968년 베트남 파병과 1·21 청와대 기습의 영향으로 다시 36개월로 늘었고, 1980년대 30개월, 문민정부 출범 후 26개월까지 줄었다. 노무현정부 초 다시 24개월로 줄어들었다.

병역기간을 얼마로 정하느냐는 실제 병력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 국방부는 간부 약 20만명과 병사 30만명을 합쳐 5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50만명의 목표는 무너져 2023년 말 47만7000여명이 되었다. 2만2000여명이 부족하여 육군 기준 약 6개의 여단 병력이 부족한 셈이다. 북한이 1만2000여명의 병력을 파병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의 쿠르스크 전선에서 승리에 크게 기여한 점을 생각한다면 결코 적지 않은 결원이다.

게다가 인구감소로 인하여 현재 징병제도를 유지해도 5~6년간 47만여명의 병력이 유지되다가, 2038년에는 40만명도 무너지고 2040년대가 되면 35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반면 북한은 현재 120여만명의 병력을 보유하며, 똑같이 인구감소를 겪더라도 100만명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원칙을 제시한 고전 ‘전쟁론’에서 2~3배 이상의 병력 차이가 발생하면 적은 병력이 승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도 북한처럼 복무기간을 늘리면 쉽게 이런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불가능한 선택이기에 국방부는 국방혁신 4.0 정책에서 ‘인공지능(AI) 과학기술 강군’ 육성의 비전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인무기를 유인부대와 결합하여 유무인 복합전투(MUM-T)를 수행하면서 수적 열세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MUM-T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보여주었다. 러시아군 90만명에 대항하여 36만명의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했던 것은 다양한 드론을 분대급 소부대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MUM-T를 앞서 나가는 것은 우리 국군이 아니라 북한군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직접 치열한 드론전투를 경험했다. 4000여명의 피를 흘린 북한은 지난 3월 쿠르스크 탈환전에서 드론전투에 적응하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우리 군은 소대는커녕 대대급에서도 드론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제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보안통신을 이유로 드론 가격만 높아졌다. 포탄 대신 자폭드론을 써서 낮은 비용으로 승리를 추구하는 ‘가성비 전쟁’은 우리에게 아직 요원하다.

이런 와중에 다시 모병제가 고개를 들고 있다. 모 후보는 징병제와 모병제의 장점을 섞었다며 선택적 모병제를 제안했다. 10개월의 단기징집병(징병)과 36개월의 장기복무병(모병) 중 선택하게 하여 전문인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대다수가 10개월을 선택하면 복무기간 8개월이 줄어들어 12만명의 병력이 줄어든다. 그 결과 2040년대에는 30만명도 안 되는 병력으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

병장 월급 200만원의 시대가 된 지 몇 년이 지났다. 현명하고 기민한 신세대 병사들을 현대전 전문가로 육성하고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주어 국방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국가를 이끌 지도자라면 복무기간을 늘리지 못할지언정 현재 병력구조를 무너뜨리지 말고 국군 35만명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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