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시대의 지구,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
공모제로 돌아온 첫해 수상작...330편 경합
2000년생 신예,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민음사가 주최하는 제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윤강은 작가의 장편소설 '저편에서 이리가'(민음사)가 출간되었다. 1977년 장편소설 공모제로 시작된 '오늘의 작가상'은 2015년부터 기출간작 중 수상작을 선정했으나 올해 다시 공모제로 돌아왔다. '저편에서 이리가'는 '오늘의 작가상'이 10년 만에 공모제로 돌아온 첫해 선정된 수상작이자 윤강은의 데뷔작이다.

'오늘의 작가상'에 투고된 330여 편의 작품 중 '저편에서 이리가'는 단연 눈에 띄는 단 한 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흡인력 있는 문장과 탄탄한 전개,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생명력 넘치는 인물들이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을 예고한다고 평했다. 특히 디스토피아, 판타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능숙하게 활용하면서도 현실감 있고 입체적인 세계로 그려냈다는 평이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추운 곳'이 되어버린 대멸종 시대의 지구, 한반도는 세 개의 작은 구역 '온실 마을', '한강 구역', '압록 강 기지'로 나뉘어 서로 다른 정치 체제를 이루고 있다. 정보와 물자를 옮기는 유일한 운송 수단인 개썰매를 모는 짐꾼 '유안'과 '화린', 한반도 최전방을 지키는 군인 '기주'와 '백건', 국경을 넘나드는 '태하'는 가족이 없는 동갑내기 청년들이다.
어느 날 한반도 세 구역의 협력 관계가 전쟁으로 파괴되고, 이 주인공들은 각자의 경계를 넘어 버려진 설원 한가운데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생존만이 유일한 가치로 여겨지는 혹독한 세상 속에서, 주인공들은 사라진 이들을 애도하고, 비인간과의 연대를 모색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기후 위기와 전쟁, 정치적 갈등 등 '멸망의 위기'가 팽배한 지금, '저편에서 이리가'는 우리가 희망을 어디에서 찾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문학의 언어'로 알려준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가장 전통적이고 강력한 '우리'의 이름에 의문을 던지며, 그 너머를 상상한다.
소설은 지금의 한반도 위에 종말의 풍경을 덧대어 '국가'라는 경계를 흐리고, 종말 속에서 희망을 찾아 질주하는 다섯 청년의 움직임을 따라 '우리'의 경계를 거듭 갱신한다. 그렇게 '한반도'는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고정된 국경이 아니라 우리의 발끝을 따라 살아 움직이는 땅이 된다. 그리고 그 땅 위에서 우리는 본연의 자유로움을 실감하면서도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마주한다. 작가 윤강은은 2000년 경기도 용인시에서 태어났다. 현재 동국대학교 문예창작 전공으로 재학 중이다.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