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등 가짜뉴스 징벌적 손해배상…표현의 자유, 이젠 재정의할 때다

2025-08-08

“유튜브 가짜뉴스로 돈 벌면 몇 배로 책임져야”

10여 년 넘게 제자리… 가짜뉴스 대응, 왜 제도화 못하나

'표현의 자유', 책임이 없는 권리는 허구

[디지털포스트(PC사랑)=정혜]

“유튜브 가짜뉴스로 돈 벌면 몇 배로 책임져야”

지난 6월 19일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가짜뉴스로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8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가짜뉴스로 돈 버는 경우가 너무 많다"라며, 형사처벌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검찰권 남용을 피하고 불법적인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민사적 접근이 더 낫다"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뉴스의 ‘주 공급자’로

인터넷을 대표하는 플랫폼인 유튜브에는 이미 20조 개가 넘는 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지금도 하루 평균 2천만 개의 동영상이 새로 업로드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에 따르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한국은 51%로, 조사 대상 47개국의 평균(31%)을 크게 웃돌았다. 유튜브가 주요 정보 공급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10여 년 넘게 제자리… 가짜뉴스 대응, 왜 제도화 못하나

그러나 유튜브 이용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통한 가짜뉴스 확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짜뉴스 유포는 단순한 허위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적 신뢰 체계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자극적인 거짓 정보는 알고리즘에 의해 증폭되며, 높은 조회수와 수익으로 이어진다. 그 피해는 개인의 명예를 넘어서 여론 형성, 선거, 공공 신뢰 등 민주주의의 기반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정치·사회적으로 점점 더 중대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지난 10여 년 넘게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된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실질적인 입법이나 제도화에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역시 허위정보로 수익을 얻는 이들에게 징벌적 민사책임을 묻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하며, 다시금 이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개인 책임에만 기댄 해결, 가능한가?

현실적으로 볼 때, 현행 명예훼손 제도는 절차가 복잡하고 배상액이 낮아 피해 회복이 어렵고, 실질적인 억제 효과도 미미하다. 허위정보 유포자들이 계정을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활동하는 사례도 많아, 실효성 있는 가짜뉴스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정부에서 가짜뉴스 규제를 강조했지만 실행력은 미미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규제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 되어왔다. 법원은 "설령 허위라도 공익을 위한 표현은 보호돼야 한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언론에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여전히 유효하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시대적 정의가 재정립되지 못한 점도 장애 요인이다. 이에 인터넷 개인 방송 등은 '가짜뉴스 규제'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아 감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을뿐더러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다.

'무제한의 표현의 자유', 공공 피해로 이어질 수도

과거에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주로 전통 언론을 중심으로 논의됐지만,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이자 사실상 '언론인'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무제한의 표현의 자유’는 오히려 공공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개인 방송 '가짜뉴스 규제'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아 감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정파적 극단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정치권의 실질적 노력이 부족했다. 정치적 적대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현실 속에서, 허위정보 유포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제도나 정책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결국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재정의와 함께, 정치권의 초당적 공감대 형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사회적 갈등구조 심화

지난 7월 26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정치적 양극화와 소셜미디어의 책임: 추천 알고리즘 규제를 위한 입법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유튜브 등 주요 소셜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기반 추천 서비스가 이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관점과 일치하는 정보만 접하게 만드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용자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동시에, 반대 견해를 배제하게 만드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정보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필터버블은 개인 맞춤형 정보가 편향적으로 제공되어 다양한 관점이 차단되는 현상이고, 에코 체임버는 비슷한 의견이 반복 강화되어 다른 관점이 배제되면서 확증 편향을 강화시키는 구조를 말한다.

EU,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대상 알고리즘 규제 참고 필요

특히 유튜브는 구독하지 않은 채널의 콘텐츠까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이용자의 확증편향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유럽연합(EU)이 2022년 제정한 '디지털서비스법(DSA)'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도입한 추천 알고리즘 규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이용약관에 추천 시스템에 사용되는 주요 매개변수와 이용자가 이를 수정·변경할 수 있는 선택권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초대형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알고리즘 시스템을 포함한 서비스 설계 및 작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하고, 이에 대한 위험 완화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들은 위험 평가 결과와 대응 조치 내용을 문서화해 EU 집행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 책임이 없는 권리는 허구

이제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넘어, 책임이 수반되는 권리로 전환되어야 한다. 즉, “타인의 권리와 사회적 신뢰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장되는 자유”라는 철학이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또한, 명확한 허위정보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 심사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 이 기구는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야 하며, 판단 대상은 콘텐츠 게시자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까지 포함해야 한다. 플랫폼에는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허위정보 반복 유포 계정에 대한 광고 수익 차단 또는 정지, 실명 인증제도 도입 등의 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보 소비자의 비판적 수용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허위정보가 퍼질 수 있는 사회적 기반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정치 개입 차단과 책임 분담이 관건

독일은 ‘네트워크집행법(NetzDG)’을 통해 플랫폼이 불법 콘텐츠를 24시간 내 삭제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부과한다. 호주는 ‘온라인 안전법’을 통해 플랫폼과 유포자 모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폭넓게 적용되고 있으며, 허위정보로 인한 피해에 대해 수백만 달러의 배상 판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한국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할 때 다음 두 가지 원칙을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첫째,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독립적 판단 구조를 갖춰야 하며, 둘째, 플랫폼과 콘텐츠 창작자·게시자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가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 투명성과 책임이 기반돼야

징벌적 손해배상은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강력한 가짜뉴스 억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규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핵심은 ‘표현의 자유’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어떻게 재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표현의 자유는 결코 무제한적인 발언의 권리가 아니다. 이제는 ‘투명성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 진화해야 할 때다. 이러한 철학적 전환 위에서야 비로소 정책 설계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으며, 시민 참여와 플랫폼의 투명성이 병행될 때 건강한 정보 생태계가 가능해진다. 물론, 시민이 허위정보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비판적 정보 수용 능력 역시 필수적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플랫폼 기업의 책임뿐만 아니라, 개인이 누릴 자유와 수용해야 할 규제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찾는 일은 지금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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