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기여분 제도

2025-08-19

김정숙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논설위원

부모님이 유명을 달리하신 후 슬픔에 잠길 틈 없이 재산상속은 가족들 간 다툼을 겪게 하는 원인이 되곤 한다. 특히 막대한 재산 앞에서는 가족이라 해도 예민한 갈등이 이어지게 되거나 서로 주장하다가 의가 상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민법에 따르면 고인의 사망 후 상속인은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하게 된다. 같은 순위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n분의 1로 배분하게 된다. 공정해 보일 수 있는 내용이지만 고인이 살아계실 때 동거나 간호로 부양했거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실이 있는 상속인에게는 n분의 1 배분이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함을 방지하기 위해 상속 기여분제도를 두고 있다.

기여분제도란 재산상속 시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의 기여분을 상속분 산정 시 고려하는 제도이다. 즉, 공동상속인 중 특정 상속인이 요양,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을 경우에 그 공헌을 금전적으로 환산해 일반상속분보다 더많은 몫을 인정받을수 있게 해주는 제도이다. 피상속인의 생전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의 권리를 인정하여 기여분을 반영해 상속 지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다른 상속인들보다 훨씬 더많이 도움을 주었고,희생했기 때문에 더받아야 한다는 정당한 주장에 법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장치이다. 기여분이 인정되면 상속재산은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기여분을 공제한 재산이 된다. 기여분이 인정된 상속인의 상속분은 산정한 법정상속분에 기여분을 가산한 금액이 된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들의 협의로 정하거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정하게 된다. 공동상속인 간의 협의로 조정할 수 있지만, 원활한 협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기여자의 노력을 알고 있지만, 상속분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여 기여를 외면하며 인정치 않으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기여자가 가정법원에 기여분 청구를 하면 가정법원이 기여 시기, 방법 및 기여 정도와 상속재산액,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기여분을 정한다.

기여분제도의 목적은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므로, 단순한 효도나 정서적 헌신, 가끔 방문해 생활비를 드리는 등 통상적으로 기대될 수 있는 자식으로서의 의무 이행 정도로는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는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거나, 병원비나 생활비를 지원했거나 부모님 사업에 지속해서 관여해 재산 증가나 유지에 공헌한 사실이 있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기여이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어떤 기여를 어느 정도 했는지는 기여분을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한다. 증거 없이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다. 다른 상속인이 반박하지 못하도록 간병 일지, 사진, 생활비나 병원비 지급내역, 유언장 기록 등 기여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감정적인 갈등이 얽히기 쉬운 유산 문제는 객관적인 사실과 법적 근거를 토대로 접근하여 마무리 짓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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