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미안 원베일리는 한국에서 평당 가격이 제일 높은 아파트잖아요? 집에서 걸어서 한강변에 나갈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장점으로 꼽히죠. 한강이 내 집 앞 정원이나 마찬가지니까요. 한강 주변으로 안전한 자전거 진입로를 잘 정비하면 어떨까요? 다 같이 한강을 쉽게 누릴 수 있겠죠. 이만한 복지가 어디 있나요?”
윤제용 서울대 교수(전 환경연구원 원장)는 14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가 공동대표로 이끄는 재단법인 숲과나눔 자전거시민포럼(이하 시민포럼)은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11일 ‘자전거 친화도시 1010’ 정책제안서(이하 제안서)를 냈다. 10분 거리의 생활권은 자전거로 쉽게 다닐 있도록, 자전거 교통수단분담률을 10%까지 높이자는 게 골자다.
“우리나라는 서울의 한강 뿐만 아니라 도시마다 크고 작은 하천이 흘러요. 하천 인근은 대부분 도로가 잘 정비돼 있고요. 하지만 진입로는 대부분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이용률이 떨어져요. 경기 부양을 위한 SOC 예산으로 ‘보도블록 갈아치우기’ 같은 것을 하는 대신 이런 인프라를 개선하면 정책 효과가 훨씬 뚜렷할 거라고 봅니다.”
국내 자전거 인구는 1300만~1400만명으로 추정된다. 국민 4명 중 1명은 자전거를 탄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자전거의 교통수단분담률은 1~2%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0년에 1.70%였던 자전거의 교통수단분담률(자동차·도보 등 전체 교통수단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55%였고 2021년에는 1.53%로 떨어졌다. 지난 2017년 이용자 수가 최고치(12만5455명)를 찍었던 국토종주자전거길도 2023년에는 5만4941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자전거를 타면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져요. 수송 부문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으니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적합한 교통수단이고요. 하지만 울퉁불퉁한 도로와 찾을 수 없는 경사로 등 불편한 점을 타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자전거가 안전한 교통수단이 되려면 도시 환경이 많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전거장 수는 2017년 3만7818개에서 2021년 3만4934개로 줄어들었다.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도 줄지 않고 있다. 특히 교통 사망사고에서 자전거 관련사고 비중은 2010년 5.4%에서 2021년 6.3%로 증가했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자전거 정책은 2010년 수립된 ‘국가 자전거 정책 마스터 플랜’이 마지막이다. 이후 10년 이상 계획이 정비되지 않아 자전거 정책이 기후위기 시대의 탄소중립 전략과 교통환경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시민포럼은 본다.
현재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과 국가 자전거 정책은 행정안전부가 맡고 있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 자전거 관련 투자가 줄고 관련 업무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소극적 행정에 머무른 수준이라고 시민포럼은 분석했다.
제안서에서 시민포럼은 “자전거 정책 전담 총괄 부서가 있어야 한다”며 정책의 주무부처를 국토교통부로 이관할 것을 제언했다. 윤 교수는 “자전거 친화 도시를 만들려면 도로를 정비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필수적인데, 이런 정책을 총괄하기에는 국토부가 적절하다는 관점”이라며 “해외에서도 자전거 정책은 국토부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선거일인 오는 6월3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자전거의 날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 ‘자전거’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전거 도로를 5년간 30%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으나 실행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윤 교수는 “차기 정부는 탄소 저감을 위해 수소차·전기차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도 적극적인 정책을 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