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분노조절 장애…네로의 경우

2025-06-18

로마의 여인 아그리피나는 아우구스투스의 증손녀이다. 남편이 죽자 그는 숙부인 황제 클라디우스와 결혼했는데 전실 아들을 데리고 왔다. 황제가 다른 아들을 황태자로 세우려 하자 그는 남편을 독살하고 아들을 황제로 옹립했는데 이가 곧 네로(Nero Germanicus, 37~68)이다. 그는 국사(國師) 세네카(Lucius Seneca, BC 24~AD 65)의 도움을 받아 초기에는 선정을 베풀었다.

세네카는 스페인 코르도바의 명문가 후손으로 형은 로마의 총독이었다. 황제를 보필하여 로마를 부흥시키고 싶었던 그는 로마의 도시 건설과 예술의 발전에 기여했다. 그때 로마의 큰 화재가 일어났다. 네로가 시흥(詩興)을 돋우고자 방화했다는 속설은 그를 악마화하려고 지어낸 이야기이다.

네로는 이 화재의 원인을 기독교인에게 덮어씌워 탄압하며 마성을 드러냈다. 그는 어머니와 아내 옥타비아를 독살했다. 세네카도 네로의 포악함을 막지 못했다. 네로는 분노조절장애 환자였다. 영화 ‘쿠오 바디스’에서 피터 유스티노프가 실감 나게 연기했다.

갈바(Sulpicius Galba)의 반란이 일어나자 네로는 자살로 생애를 마감한다. 그 무렵 코르시카에 유배되어 있던 세네카는 천식을 다스리며 집필에 몰두하는데 『분노』(De Ira)가 그 대표 작품이다.

이 글에서 세네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국사의 책무인데, 그것은 곧 “주군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불의한 분노는 정당화할 수 없으니, 그것이 그 무리를 파멸로 이끈다.”(『구약성경 외경』 ‘집회서’ 1:22)

2024년 12월 3일 밤, 그것이 술김이었든 미욱한 순애보였든, 그의 참모들은 주군의 분노를 달랬어야 한다. 그것을 막지 못한 비극이 수양산(首陽山) 그늘처럼 강동(江東) 80리를 덮고 있다. 세네카도 못한 일을 그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무리이기는 하겠지만….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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