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파적인 한줄평 : 코미디 매물이라며! 코미디라며!!!
코미디 매물인 줄 알고 덥썩 집었더니, 전혀 아니라 당황스럽다. ‘웰메이드 코미디’라고 주구장창 밀던 마케팅 실수였을까. 아님 포인트를 잘못 잡은 걸까. 휴먼 힐링물로 풀어내야할 소재가, 장르적 틀에 갇혀 애매하게 휘발되어버린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고군분투를 담은 악마 들린 코미디다. ‘엑시트’ 이상근 감독이 임윤아와 또 한번 뭉친 작품으로, 안보현, 성동일, 주현영 등이 힘을 더한다.

대문자로 ‘아쉽다’고 박아놓고 싶다. 잘 풀어냈다면 모두의 마음을 울릴만한 웰메이드 힐링물이 되었을 텐데, 이도 저도 아니게 애매한 노선을 탄다. 영화를 볼수록 답답할 정도다. 새벽 2시만 되면 악마로 변하는 여자 ‘선지’와 그를 살피다가 따뜻한 진심이 생기는 백수 청년 ‘길구’의 ‘새벽 2시의 데이트’(원제)라는 신선한 이야기는 지금 청년들의 고민을 건들면서도 공감을 구할 수 있는 쌍방구원서사가 될 수 있었을 법 했는데, 메가폰은 이를 잘 살려내질 못한다. 제목 그대로 ‘악마’가 주인공이지만 ‘낮’ 선지(악마로 변하지 않는 인간 선지)와 길구의 로맨스 엔딩에 방점을 찍으려고 했는지, ‘악마’를 주변인물로 취급하고 무리하게 이야기 흐름을 흔든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차라리 ‘천녀유혼’처럼 했으면 좋았을 걸.
길구가 가진 결핍도 시원하게 해갈되지 않는다. 주인공인 길구의 시선으로 영화를 쫓게 되지만, 길구가 왜 악마에 마음을 열게 되는지 그 감정선 변화에 설득되질 않는다. ‘왜 저렇게까지 해?’라는 의문이 자주 드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점점 시들해진다. ‘차라리 악마 선지가 길구의 결핍을 해결하는 트리거가 되었다면 어땠을까’란, 혼자만의 상상까지 하게 된다.
휴먼힐링물을 코미디 틀에 가두려고 하니 자꾸만 어긋난다. 웃음을 기대한 이라면 타율이 좋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강점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다. 임윤아는 ‘엑시트’ ‘공조’ 등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를 이번에도 100% 소화해낸다. 이뿐만 아니라 후반부 ‘악마’의 감정 연기까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이번 영화로 첫 상업영화 주연 신고식을 알린 안보현도 길구의 ‘무해한 매력’을 안정적으로 연기한다. 두 사람은 성동일, 주현영과 호흡도 좋다.
이상근 감독 특유의 인간적인 감성도 영화의 미덕이다. 비록 이야기 방향성에 갈피를 잡지 못하긴 했지만, 그 빈틈을 그만의 따뜻한 체온으로 채운다. 차기작에선 ‘이상근만의 장기’가 제대로 실려지기를 기다리는 이유다. 오는 13일 개봉.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