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축의·부의금 5만원 통일 어때요…퇴직하면 돈 없어 장례식도 못 가"

2025-12-20

결혼 축의금 평균 송금액이 올해 처음으로 10만원을 돌파했다는 카카오페이 리포트가 공개된 가운데 과도한 경조사비 문화가 노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경조사비를 5만원으로 통일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친구 부모님의 장례식이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사용자들의 1년간 송금 데이터를 분석한 ‘2025 머니리포트’에서 송금 봉투 기능을 활용한 결혼 축의금 평균 송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10만원을 돌파했다. 평균 축의금은 2019년 5만원 수준에서 약 5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이와 관련해 김 고문은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뒤 돈이 없어 동창들의 경조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동창생들이 내는 경조사비를 5만 원으로 통일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친구 부모님의 장례식이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고문은 경조사비 부담을 한국의 구조적인 노후 취약성과 연결 지어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주된 직장’에서 일하는 기간이 약 10년 정도 짧다”며 “그만큼 퇴직 후 받는 공적연금과 퇴직금이 충분하지 않은 구조”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한국은 사교육비 지출 등으로 인해 개인이 노후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자칫하면 노후 빈곤층이나 노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김 고문은 “국민노후보장패널 조사에 따르면 전국 2인 가구 기준 적정 생활비는 월 290만원 수준”이라며 “서울은 적정 생활비가 310만원, 최소 생활비는 220만원, 지방은 적정 생활비가 약 260만원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중후반 대기업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면 월 400만~600만원은 필요하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정 생활비는 개인의 생활 방식과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후에 많은 비용이 드는 이유로는 고정비 부담을 꼽았다. 김 고문은 “주택관리비와 세금, 교통비, 통신비 등 고정비 지출이 적지 않고,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과 부모 부양비가 동시에 발생하는 ‘더블 케어’ 가구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조기 퇴직 구조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 고문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모두 포함하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55세 전후”라며 “법정 정년인 60세까지 근무하는 경우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등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해외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그는 “일본은 사실상 정년이 70세 수준이고, 프랑스는 최근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했다”며 “독일도 66세 전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은 정년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고문은 “미국과 영국에 정년이 없는 이유는 나이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고령이더라도 건강하고 역량이 있다면 계속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단지 특정 연령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떠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퇴직 시점이 빠르고 노후 소득 기반이 취약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개인의 절약이나 재테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회 전체 차원의 노후 대비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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