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1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무역합의 내용을 문서로 확정하면서 이번 합의에 따른 각국의 손익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미국-EU 무역 합의에서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평론가 대부분은 이번 합의에서 EU가 더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경제 컨설팅사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EU는 이 합의로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EU의 주요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에 15%의 관세를 부과받는 데 대한 현지 업계의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27.5%보다는 낮아진 과세율이지만, 여전히 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15%의 관세율이 "독일 자동차 산업에 연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제약업계는 관세율이 15%를 넘지 않도록 합의하면서 일단 한숨은 돌린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의약품에 최대 250%의 관세를 예고하면서 업계의 긴장감을 키운 바 있다.
다만 EU가 희망하던 관세 전액 면제는 실현되지 않았다. 따라서 제약산업 강국인 아일랜드와 덴마크 등은 새 관세율로 인한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합의가 EU의 연대를 흔드는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개 회원국이 서로 다른 산업구조를 가진 만큼 이번 합의에 따른 경제적 손익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BBC는 "일부 회원국은 이 합의를 조심스럽게 환영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블록 내 분열을 암시하는 듯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합의로 EU에 수출할 때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낮춰 적용받게 된 미국의 자동차는 EU 시장에서 이전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아울러 EU가 7천500억 달러(약 1천36조원) 상당의 미국 에너지를 구입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 에너지 업계도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합의가 미국에 이익으로만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유럽 제품들에 부과되는 관세는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무역 합의의 피해자는 미국의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BC는 비평가들이 인플레이션과 일자리·성장률 관련 수치 악화 등을 트럼프 대통령 정책의 역효과로 지적한다면 "이번 합의를 환영하는 헤드라인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일단 금융 전문가들은 이날 미국과 EU의 무역 합의 문안이 확정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달 협상 타결 이후 남아있던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호주 투자중개사 페퍼스톤의 크리스 웨스턴은 "이번 합의는 분명히 시장친화적"이라며 "유로화에 추가적인 상승 잠재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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