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유증 재도전 고려아연…8兆 보증에 '재무 리스크' 우려[시그널]

2025-12-16

고려아연이 미국 합작사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영풍·MBK파트너스가 이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의 유증은 상법에 어긋나는데다 회사가 향후 8조 원이 넘는 채무를 떠안게 되면서 재무상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영풍·MBK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이 전날 결정한 제 3자 배정 신주발행에 대해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일반 공모 시도 이후 1년여만에 재추진되는 고려아연의 이번 유증은 이달 26일 대금 납입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될 예정이다. 연말 주주명부 폐쇄를 앞두고 상대 측인 영풍·MBK에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풍·MBK는 즉시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일단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업 진출을 주목적으로 한다면 굳이 합작사를 설립해 유증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이 현금을 미국으로 보내고 다시 들여오는 과정을 세차례나 반복하면서 최윤범 회장의 우군을 만드는 구조가 불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유증은 경영상 필요가 아닌 경영권 방어를 위한 목적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체 10조 원이 넘는 사업비 중 고려아연이 8조 원 이상 자금을 부담하는데도 미국 측에 회사 지분 10%를 넘긴 독특한 구조”라며 “미국 제련업 진출에 현지 합작사가 꼭 필요한 게 아니라서 우군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상법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영풍·MBK 측의 논리를 강화시킬 수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일 경우 특정 경영진에 유리한 지분을 제공하는 방식은 현재까지 국내 대다수의 판례에서 허용되지 않았다.

고려아연의 이번 미국 시장 투자 방식이 회사의 신용도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번 합작사 설립을 통해 고려아연은 총 8조 3900억 원이 넘는 채무 보증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 실제 사업을 담당할 손자회사 크루서블메탈즈가 조달하는 채무 약 7조 원에 대한 연대보증 영향이다. 기존 채무 보증액과 합하면 전체 연대보증액은 9조 5000억 원을 넘어서게 됐다. 이는 고려아연 자기자본(7조 5000억 원)의 126%에 달하는 금액이다. 만약 투자가 실패해 기한이익상실(EOD) 등이 발생하면 본사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추가되는 연대보증액에 5% 정도의 금리만 부과해도 연 3000억~4000억 원에 달하는 큰 이자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크루서블 조인트벤처(JV) 유한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3자 배정 유증 가격도 할인했다. 기준주가는 142만 원이지만 이를 10% 가량 할인해 1주당 129만 원에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은 관련 기업의 미국 투자 과정에서 신주 할인 발행 없이도 받을 수 있는 만큼 무리한 할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이 외에도 미국 제련소 건설에 따른 수출 물량 제한과 아연 공급 과잉으로 인한 단가 하락 등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상대 측의 이번 가처분 신청까지 예상하고 단행한 유증인 만큼 충분히 실행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1년 전 실패했던 유증의 오답노트에서 충분한 해답을 찾았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회사가 정관에 3자 배정 유증 대상을 해외 합작사로 명확히 해뒀을 뿐 아니라 이번 조치는 미국 제련업 진출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미국 정부가 현지 합작사에 직접 출자해 동맹의 가치를 중점 부각 시켰다는 점,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와 실적이 상승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는 점 등을 법원에서 중점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고려아연의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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