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0에서부터 배우는 느낌이에요. (배구를 처음 배우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
그제(25일) 경기도 용인의 흥국생명연수원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다현은 FA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뒤 상당한 변화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구단 스태프와 팀 동료가 바뀌고, 생활 반경이 달라진 것 이상으로 말입니다. 그 변화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다현과 일대일 코칭에 나선 요시하라 도모코 흥국생명 감독. (촬영기자: 정형철)
보통 선수가 FA로 팀을 선택하는 기준은 돈으로 표방되는 선수의 가치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이다현은 다른 구단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흥국생명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흥국생명 이적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요시하라 감독'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하지만 이다현은 취재진에게 "나에게 배구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을 때 스스로 완성도가 조금 많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변화를 선택했다"고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다현은, 이날까지 흥국생명 훈련을 소화한 건 4번뿐이지만 이미 새로운 사령탑의 지도 속에서 스스로의 완성도를 새롭게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거의 기초부터 그냥 0부터 다시 배운다는 느낌인데요. 학교 때부터 이렇게 디테일하게 미들블로커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어서, 정말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고 (일지에) 써두기도 하고 많이 이렇게 기억해 놓으려고 해요.
(감독님의 지도에는) 하나의 동작을 할 때에도 (신경 써야 할 게) 한둘이 아니라 10가지가 될 정도로 디테일한 게 많거든요. 이걸 다 받아들이고 습득하면 이시카와 선수 또는 그 하위 레벨 정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까지 해오던 폼이 있어서 바꾸기가 되게 오래 걸리지만, 차근차근해 볼 생각입니다.

미들블로커 이다현이 마치 아포짓 스파이커처럼 스파이크를 때리는 보기 드문 훈련법. (촬영기자: 정형철)
특히 이날 취재진의 눈길을 끈 건 이다현이 소화한 훈련. 물론 다른 날엔 미들블로커 포지션에 맞게 블로킹이나 속공 연습도 하겠지만, 이날은 특이하게 이다현도 아포짓 스파이커처럼 세터의 공을 받아 스텝을 밟고 스파이크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기본기 다지는 걸 넘어서 새로운 포지션을 찾는 과정인가 싶을 정도로 신기했던 훈련법. 하지만, 이 역시 자신의 포지션에서 가지고 있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블로킹도 이제 네트랑 공간이 항상 유지가 돼야 오버 블로킹이 잘 되는데 제가 항상 (네트랑) 가까워서 좀 그게 잘 연습이 안 됐었거든요. 저는 그 이유를 잘 몰랐었는데, 감독님이 제 스텝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을 해 주시면서 '첫 스텝을 뒤로 빼고 그 다음에 앞에 공간을 열어주고 마지막 스텝을 밟다 보면은 공간이 생길 거다'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아포짓(라이트) 공격 때리는 것도 어쨌든 그 네트와의 공간이라든지, 스텝의 기준점, 세터가 볼을 잡았을 때 출발을 언제 해야 하는지 그런 거를 이제 익히기 위해서 한 거기 때문에….
근력 운동을 할 때도 그동안은 큰 근육 운동을 많이 했었는데 그런 것보다 '기능적인(functional) 트레이닝'이라고 해서 배구에서 나올 수 있는 실질적인 움직임에 대한 웨이트를 많이 해서 새로웠어요.
생각 이상으로 이다현은 지금부터 시작될 흥국생명에서의 시간을 배구 인생의 큰 이정표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이다현은 "지금 25살인데 여기서 더 나이가 들면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스타일로 바꾸는 게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올해 많이 힘들기도 하겠지만, 독기를 품고 내가 다시 탈바꿈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대건설에서 6년 동안 롤모델 양효진과 함께 강력한 미들블로커진을 구축했던 이다현. (사진 출처: KOVO 아카이브)
하지만 이다현은 프로 데뷔 후 6년간 동고동락했던 현대건설을 향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항상 옆에서 같이 철벽을 이뤘던 '롤모델' 양효진을 네트 사이에 두고 마주 봐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6년 동안 같이 있었으니까 효진 언니랑 네트를 마주 보고 했었던 적이 많이 없었는데, (아마 상대하게 되면) 쉽지 않지 않을까요? 처음이어서 많이 머리를 많이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언니도 저를 너무 잘 알고 그렇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모마나 위파위처럼 같은 팀에서 뛰던 선수들이 서로 다른 팀으로 가게 됐는데 그래서 리그가 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올 시즌엔 여러 팀으로 분포가 됐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각 팀을 만날 때마다 새로울 것 같고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마음가짐과 새로운 자세로 맞이하게 될 이다현의 2025-26시즌 V리그. 과연 이 터닝포인트가 김연경이 떠난 흥국생명에 어떤 새바람으로 이어질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