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7% 줄인 이통 3사, 5G 기지국도 제자리걸음

2025-11-11

이동통신 3사의 설비투자액(CAPEX)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5세대(5G) 보급률이 80%를 넘어서면서 네트워크 설비 투자가 정체된 영향이다. 인공지능(AI) 분야로 사업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해킹 사태까지 겹치면서 통신 품질 개선을 위한 설비투자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분석이다.

11일 이통 3사가 공시한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올해 1~3분기 CAPEX 합산 금액은 3조6920억원으로 작년 동기(3조9724억원) 대비 7.0% 감소했다.

통신사별로 SK텔레콤의 경우 3분기 누적 CAPEX가 1조1980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2.7% 늘었지만 이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울산 AI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이 한시적으로 반영된 영향이다. KT는 6.1% 줄어든 1조3295억원, LG유플러스는 16.2% 급감한 1조1645억원에 그쳤다.

이통사 모두 설비투자 긴축에 나선 것은 5G 네트워크가 투자 회수기에 진입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5G 전국망이 완성됐고 모바일 휴대기기 보급률도 80%에 이른다. 3사 모두 효율적 비용 집행 차원에서 5G망 투자를 줄이면서 수익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올해 5G 기지국도 제자리 걸음이다. 3분기 기준 전국 5G 기지국 수는 35만703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34만5795개) 대비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SK텔레콤이 12만9801개, KT는 11만6312개, LG유플러스는 11만926개를 유지하고 있다. 5G 28㎓ 주파수 회수 이후 사실상 추가적 기지국 증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AI 등 미래 성장 기반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3년 전만 해도 연간 8조원을 넘어섰던 이통사 CAPEX 규모는 지난해 6조6000억원대까지 줄었다. 올해는 6조원에도 못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침해사고 대응을 위한 보안 투자 확대가 일부 설비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 개선인 만큼 운영비용(OPEX)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통신당국은 미래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망 고도화에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일환으로 5G 단독모드(SA)로의 전면 전환을 정책 과제로 꺼내들었다. 또 품질평가 등을 통해 5G 이용환경 개선을 위한 인빌딩 투자도 지속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후방산업인 통신장비 업계 시름도 깊다. 네트워크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비 공급도 막힌 상태다. 통신장비사 관계자는 “하반기 통상 진행되던 추가 수주도 올해 해킹 등 내부 이슈가 맞물리며 감감무소식”이라며 “ 5G 추가 주파수 공급과 노후 장비 교체 등 투자 수요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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