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 떠난 뒤 낮아진 임대료···인천공항의 이중잣대

2025-12-19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핵심 면세 구역인 DF1·DF2에 대한 재입찰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잇따라 사업권을 반납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객당 임대료 기준을 낮췄다. DF1은 5031원, DF2는 4994원으로, 2023년 입찰 당시보다 각각 5.9%, 11.1% 인하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시장 여건을 반영한 조정이다. 공사 역시 "최근 면세 시장 환경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여객 수에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구조에서 기준 단가를 낮췄다는 것은 입찰 조건의 출발선 자체를 조정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조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하지 않다. 쟁점은 인하 폭이 아니라, 그 판단이 내려진 시점에 있다. 같은 시장, 같은 구조 아래에서 기존 사업자들이 운영하던 기간에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조정이, 사업권 반납 이후 재입찰 국면에서야 적용됐기 때문이다.

신라와 신세계는 코로나19 이후 면세 사업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왔다. 외국인 입국자 수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단체 관광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로 1인당 면세 구매액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여객 수는 늘었지만 매출은 따라오지 않는 괴리가 고착화됐고, 이는 실적으로도 확인됐다.

그럼에도 공항공사의 입장은 명확했다. 계약 기간 중 임대료 조정은 불가하다는 원칙에서다. 양측은 법원 조정 절차까지 갔지만, 시장 환경 변화는 계약 변경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정된 임대료 구조 아래에서 손실을 감내해야 했던 사업자들은 결국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권을 반납하는 선택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사업자 철수 이후다. 공백이 발생하자 공사는 재입찰을 결정했고, 그 과정에서 임대료 기준은 낮아졌다. 기존 사업자들이 운영하던 시점에는 인정되지 않았던 '시장 환경 변화'가, 철수 후 입찰 조건에는 반영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재입찰은 단순한 사업자 교체를 넘어선다. 기존 사업자들은 조정되지 않은 조건 속에서 시장을 떠났고, 이후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낮아진 기준에서 경쟁하게 됐다. 동일한 구조임에도 적용 시점에 따라 부담이 달라진 것이다. 업계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정이라면, 왜 법원 조정에도 그 기준은 기존 사업자에게 끝내 적용되지 않았을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경험은 향후 입찰을 검토하는 사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낮아진 기준 단가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계약 기간 중 시장 환경이 다시 변할 경우 과연 동일한 조정 원칙이 작동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기 때문이다. 임대료 구조가 입찰 시점에만 고정된다면, 리스크는 반복해서 사업자 몫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DF1·DF2 재입찰은 임대료 인하 여부보다 인천공항 면세사업 운영의 기준과 일관성을 되묻게 한다. 공항은 단순한 임대인이 아니라 국가 관문 산업의 생태계를 관리하는 주체다. 시장 변화가 반복되는 환경에서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조정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룰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과 같은 논쟁은 사업자만 바뀐 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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