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투표를 낋여오거라’
‘사전투표 안 했다고? 이것 뭐에요~??’
30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엔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낋여오거라’는 ‘끓여오거라’를 응용한 표현으로, 뭔가를 강하게 요구할 때 MZ 세대 사이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트)’이다. ‘이것 뭐에요’ 표현도 유명 아이돌 멤버의 발언에서 비롯된 유행어다. 젊은 층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된 해당 현수막은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전국 각지에서 이런 밈 현수막들에 대한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현수막엔 ‘앗 사전투표 당도 최고’ ‘투표 안 했다고? 리얼 허거덩거덩스한 상황’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초중등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트랄라레오’ 밈에서 차용한 ‘트랄랄레로 투표라라 퉁퉁퉁퉁 투표르’라고 적힌 현수막도 있다.
밈 현수막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유권자 박모(26)씨는 “최신 밈을 사용해 재미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선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데 젊은 세대만 이해할 수 있는 문구로 쓴 건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진모(55)씨는 “아무리 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라”라며 “자칫 선거를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할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SNS에선 “대부분이 불법 현수막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옥외광고물법 위반 소지 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직선거법상 중립적인 내용의 투표 독려 현수막은 불법이 아니며 누구나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청 관계자는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의 현수막은 정비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게시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거나,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현수막을 설치할 경우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 위반 소지가 있다. 홍대입구역을 비롯해 SNS에 올라온 밈 현수막 대부분은 게시 주체에 대한 정보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광고물의 신고번호, 표시 기간, 제작자명 등을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투표 독려 목적이라 하더라도 이런 사항들을 명시해야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누구나 투표 독려 활동을 할 수 있고, 내용 중 특정 정당명이나 후보자의 이름이 들어있지 않는다면 제한하지 않는다”며 “다만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수막 색상 제한은 없어
한편 현수막에 쓰인 색상에 대한 논란도 있다. 사전투표 기간에 설치된 밈 현수막 중 일부는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상이 포함된 경우가 있었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선 단체장이 소속된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로 투표 독려 현수막을 제작한 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투표 독려 현수막의 색상 제한은 없다고 했다. 공직선거법 제58조 2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투표 참여를 권유할 수 있으나, 특정 정당을 지지·추천·반대하는 내용 또는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할 수 없다. 색상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없는 셈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특정 정당 색상을 사용했다는 자체만으로 선거운동이라고 간주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