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롯데와 SSG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인천SSG랜더스필드에는 경기 전 거센 비가 쏟아부었다. 롯데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비였다. 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됐고 롯데는 6일부터 8일까지 쉴 수 있게 됐다.
이날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으면 롯데는 유강남 없이 경기를 치러야만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팔을 드는 것도 안 된다. 대타도 안 된다”라고 전했다. 유강남은 지난 5일 인천 SSG전에서 2회 파울타구에 오른 팔 부위를 맞았다.
김태형 감독은 “최근 유독 많이 맞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사령탑의 말대로 유강남은 말 그대로 ‘수난 시대’를 보내고 있다. 타구에 맞은 건 이날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일 잠실 LG전에서는 오스틴 딘의 파울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맞아 부축을 받고 나왔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롯데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강남은 지난달 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와의 홈 경기에서도 아찔한 부상을 당할 뻔했다. 당시 5회 2사 후 안현민의 타석 때 파울 타구가 유강남의 우측 쇄골 부위를 강타했다. 구단 측은 단순 타박상이라고 밝혔다. 상대팀이었던 이강철 KT 감독이 다음날 “롯데 포수 괜찮은가”라고 물을 정도였다. 유강남은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김 감독은 “아프단 소리도 안 하고 계속 경기를 나간다. 쉬라고 하는데 나가면 또 많이 맞네”라고 말했다.
유강남의 투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2023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이적한 유강남은 롯데 이적 후 2시즌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가 도입되면서 유강남의 장점인 프레이밍을 내세울 수 없게 됐다. 심지어 6월 중순부터 왼 무릎 뒤 오금 부위의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고 7월 중순에는 결국 수술까지 받았다. 입단 후 부상이 거의 없어 내구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유강남은 자신이 가진 장점이 모두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포수 출신이었기에 유독 포수들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주전 포수 유강남은 김 감독에게 집중적으로 쓴소리를 듣는 자리에 있다. 김 감독이 “강남이에게 뭐라고 안하고 ‘잘했어’라고 하면 아마도 어색해 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시즌 막판 5강 싸움을 하고 있는 롯데로서는 유강남의 활약이 중요하다. 롯데는 8일 현재 5위 KT와 0.5경기 차이로 뒤쫓고 있다. 8월 중순까지만해도 여유있는 3위에 있던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 여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한창 스퍼트를 올려야할 시기에 롯데의 마운드 사정은 좋지 않다. 9월 팀 평균자책은 6.66으로 같은 시기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러 있다. 포수 유강남의 리드가 더욱 중요한 시기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다. 롯데의 9월 팀 타율은 0.226으로 역시 8위, 하위권에 자리한다. 베테랑 선수들이 많지 않은 롯데 타선에서 유강남의 역할은 중요하다. 유강남이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혀도 나서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강남의 이런 고생을 보상받는 유일한 방법은 가을야구 진출일 것이다. 유강남의 투지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