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만 잡으면 대중을 울리고 웃겼던 코미디언이자 MC 뽀빠이 이상용이 지난 9일 세상을 떠났다. 감기 기운이 있어 서울 자택 인근 병원에 다녀오다 쓰러진 것이다. 향년 81세로 사인은 심정지. 2022년 6월 원조 MC 송해 역시 같은 원인(급성 심근경색)으로 95세에 별세했다. 이들은 요즘 최고 인기를 모으고 있는 국민 MC 유재석 못지않게 한 시대를 풍미했다.
송해는 1988년부터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사회를 맡아 사망하기 22일 전까지 34년을 진행했다. 이 프로는 기네스북에 최고령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올라 있다. 뽀빠이도 송해에 앞서 잠깐 이 프로를 맡았으며 1975년부터 15년간 KBS 어린이 노래 프로인 ‘모이자 노래하자’를, 1989년부터 MBC 병영 위문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를 8년간 진행했다. 모두 입담과 순발력이 뛰어난 덕분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키가 작고 각별하게 건강을 챙겼다는 점이다. 우선 키를 보면 송해는 158㎝, 뽀빠이는 160㎝ 미만이었다. 작은 거인인 셈이다. 송해는 1970∼80년대 서영춘, 구봉서, 배삼룡, 이주일 등과 같이 활동하면서 항상 작은 키가 코미디 소재로 활용되었다. 뽀빠이는 스스로 우리나라 학군장교(ROTC) 가운데 가장 키가 작았다고 밝힌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건강관리에 열심이었으나 수명은 꽤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송해는 생전 자동차, 휴대 전화, 큐카드(일종의 대본) 등 3가지를 가지지 않았다. 자동차가 없는 대신 'BMW'(버스, 지하철, 걷기)를 주로 이용했다. 또 한 달에 두세 번은 치과 가기, 우거지와 우거지국밥 즐겨먹기, 매일 오후 4시에 목욕탕에서 새로운 물로 목욕하기, 밤 10시에 잠자기와 아침 식사 챙겨먹기를 꾸준히 실천했다. 다만 술은 대단한 주당이어서 연예계 후배인 이상벽, 이용식, 김학래 등이 송해와의 술자리를 가장 무서워했다고 한다. 주량은 소주 5병. 알통 근육이 상징이었던 뽀빠이는 병약하게 태어났으나 11세부터 삼촌이 건넨 아령을 시작해 ‘미스터 대전고’ ‘미스터 고대’에 등극했으며 고대 응원단장을 역임했다. 송해와 같이 차를 타지 않고 걸어 다녔으며 하루 2시간 이상 운동을 거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술, 담배, 커피는 태어나 단 한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데 뽀빠이는 한국인의 평균수명(남성 80.6세, 여성 86.4세-2023년 통계청)에 그친 반면 송해는 14년을 더 살았다. 평생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두 사람이 지하에서 어떤 익살펀치를 날리고 있을까.(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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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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