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없는게 흠" "참된 법관"…극찬했던 민주당의 '조희대 맹공'

2025-05-05

조희대(68)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두 번 거쳤다. 2014년 2월 대법관에, 2023년 11월 대법원장에 지명될 때였다. 특히 2014년은 박근혜 정부 첫 번째 대법관 청문회였던 만큼 민주당은 공격수를 전진 배치하며 잔뜩 별렀다. 막상 결과는 싱거웠다. 대한민국 공직자라면 무릇 갖춰야 할 음주운전, 병역기피, 탈세, 부동산 투기는 물론 그 흔한 위장전입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는 흠이 없는 게 흠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결국 조희대 대법관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은 재석 234명 가운데 찬성 230, 반대 4의 압도적 지지 속에 통과됐다.

그는 대법관 6년 동안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렸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고, 국방부 불온서적에 대한 징계는 타당하다고 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법조문의 내용을 엄밀하게 해석하고 확장해석을 경계하는 문언(文言)주의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청문회 때 극찬 받았던 대법원장

그런 법조인에 저주 쏟는 민주당

집권 뒤 행태는 어떨지가 더 불안

그의 꼿꼿한 성정은 2014년 청문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됐지만 5·16에 대한 견해를 묻자 “쿠데타라고 생각한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유신헌법에 관해서도 “권력분립을 후퇴시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약화시킨 바람직하지 못한 헌법”이라고 했다.

2020년 대법관에서 퇴직하고 그는 대형 로펌으로 가거나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대신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갔다. “퇴임 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2023년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균용 후보자가 낙마하자 그에게 다시 제안이 왔다. 몇 차례 고사했다고 한다.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이틀간 여러 법조 현안에 대한 말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진성준), “초심 그대로 갖고 계셔 달라”(서영교) 등 민주당 의원들의 찬사와 성원이 나왔다.

이처럼 민주당이 앞장서 “참된 법관”이라며 칭송하던 조 대법원장이 이제 민주당에 난도질당하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어디 감히 우리 '주군'에게 유죄를 내릴 수 있느냐며 “사법쿠데타” “조희대 3차 내란” 등 막말을 쏟아붓고 있다. 탄핵소추는 물론 청문회·국정조사·특검 등도 동원할 태세다. 사법부 독립 침해 등은 차치하더라도 개인에 대한 무도한 집단폭력이다. 집권도 하기 전에 이 같은 행태라면 실제 권력을 잡은 뒤 어떨지는 가늠조차 안 된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제자들이 자신의 생일 케이크를 선물로 가져오면 받지도 못하고, 내치지도 못해 “우리 같이 먹자”고 했다고 한다. 대법원장에 취임하고는 대법원장 공관에 미혼의 아들과 같이 살 수 있음에도 “그러면 또 말이 나온다”며 부부만 들어갔다. 그를 미화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40년 가까운 그의 판사 생활의 편린을 살펴보면 행여 구설에 오를까 봐 자신을 제어하고 주변을 경계했음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전형적인 법관의 모습이었다. 그런 그에게 지금 민주당은 “조희대가 윤석열의 사주를 받았다, 김앤장과 커넥션이 있다”는 음모론을 저주처럼 퍼붓고 있다.

불심(佛心)이 두터운 조 대법원장은 2020년 대법관 퇴임 직후 수필집 『만인상생』을 냈다. 법복을 벗은 상태에서 출간한 회고록 성격의 문집에서 그는 법관 시절에 쓴 53편의 자작시를 소개했다.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도 공개했다. 특히 그가 판사로 꼽은 덕목은 '측은지심'이었다. “재판받는 당사자는 마치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과 같다”며 “법관이라면 조금이라도 위로해 줄 수 있고, 나서서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력욕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아우성치는 한국 정치에도 그가 다시금 '측은지심'을 가질 수 있을까.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