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사회는 경쟁보다 협업이 중심이 되는 ‘콜라보노믹스(Collabonomics)’ 시대다. 이는 협업(collaboration)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힘을 모아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하려는 흐름을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분업과 경쟁이 성과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상호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농업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농촌진흥청과 전라북도농업기술원이 협업을 통해 농업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성과를 거두었다. 발단은 단순했다. 전북 지역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던 한 농업인이 농촌진흥청에 제안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농촌진흥청은 2016년, 복합기능 미생물인 ‘GH1-13 균주’를 개발했다. 이 미생물은 작물의 뿌리 생장을 촉진하고, 병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며, 건조 스트레스를 줄여 작물 생육을 돕는 등 다방면에서 효과가 확인된 유익균이다. 농업인은 파프리카에도 GH1-13 균주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실험해보자고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농촌진흥청과 전라북도농업기술원 간의 협업연구가 추진됐다.
당시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작물에 대한 GH1-13의 효과 검증이 필요했고, 전북도농업기술원은 지역특화작목인 파프리카의 품질 향상 기술 개발이 절실했다. 양 기관의 목표가 맞물리면서 ‘복합기능 미생물제제를 이용한 파프리카 고품질 생산기술 개발’이라는 연구 과제가 만들어졌고, 현장 실증 연구가 본격화됐다.
실증 연구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육묘기 단계에서 GH1-13 균주를 처리한 파프리카는 뿌리의 무게가 28.5% 증가하고, 뿌리 활력도 14% 향상되었다. 뿌리가 튼튼해지며 활착이 빨라졌고, 이는 곧 생육 촉진으로 이어졌다. 수확 시기가 앞당겨졌고, 과실의 평균 무게도 증가해 초기 수확량이 늘었다. 무엇보다 연구에 참여한 농가들이 직접 효과를 확인하고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두 기관은 GH1-13 균주의 적용 범위를 전북 도내 파프리카 농가 전반으로 확대하고, 기술의 실용화 방안도 적극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농업 분야에서의 협업은 단순히 기술을 나누는 것을 넘어, 현장과 연구기관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특히 기후변화, 이상기상, 병해충의 증가 등으로 작물 재배 환경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작물이 외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연구와 실증, 다양한 주체 간의 소통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만큼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농업미생물 협업 사례는 작은 제안이 어떻게 큰 결실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다. 앞으로도 농업의 현장과 연구기관,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협업이야말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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