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출범한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가 2025년 8월 지정 해제되면서 6년 여정을 마무리했다. 특구는 지난 6년 간 '규제 완화'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현장 기반 산업정책임을 증명했다. 제도 실험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출발한 규제혁신의 결과물이 실제 제도로 정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규제특구의 경험이 강원형 혁신모델로 자리잡는다면 강원은 한국 디지털헬스 산업 실험실에서 성장 엔진으로 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 밖 의료행위 제도화, 실험이 만든 변화
가장 큰 성과는 보건복지부가 저선량 휴대용 엑스레이의 의료기관 외 현장 사용을 제도화한 것이다. 무게 10㎏ 이하, 관전류량 20㎃ 이하 장비는 이제 응급현장·재난지역·의료취약지에서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법령 회색지대에 머물렀던 현장 진단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며 지자체와 병원의 장비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강원 특구는 초기부터 회색지대 규제를 다뤘다. 휴대용 엑스레이, 환자 원격 모니터링, 백신 수요예측 등 규제로 묶였던 영역을 실제 임상과 현장 데이터로 검증했고 중앙정부 제도 개선의 토대가 됐다. 병원 밖에서 의료기기가 작동할 수 있는 합법적 시나리오가 제도권에 편입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 산업부·복지부 등 중앙 부처 R&D 사업 성과를 규제실증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지역이 주도하는 모델로 자리잡았다.
기업이 만든 성과, 규제가 연 시장의 문
6년간 실증에는 강원대병원 등 33개 의료기관·기업·연구소가 참여했다. 이 기간 실증 제품은 매출 420억원, 특허 25건의 성과를 냈다.
대표적 성공사례는 메쥬다. 직원 10명 남짓이던 회사는 80명 규모로 성장했고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산업부 지역혁신클러스터 연구개발(R&D)로 개발한 패치형 심전계 '하이카디(HiCardi)'는 특구 실증을 통해 원격의료 적합성을 인정받았다. 조달청 혁신제품 등록으로 이어져 국내 병원 보급이 확대됐고 미국 FDA·유럽 CE 인허가도 속도를 냈다. 누적 투자 305억원, 시리즈B 완료, 에스토니아 타르투병원 실증 등 유럽 시장 진출까지 현실화했다.
또 다른 앵커기업 뉴로핏은 뇌 MRI 분석 솔루션 '뉴로핏 아쿠아'로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특구 실증을 통해 인허가와 일본 의료기관 납품 계약이 성사됐고 지난 7월 코스닥 상장 후 기업가치 3000억원대로 평가받았다. 인공지능(AI)·영상·데이터를 잇는 임상 실증 생태계가 수출과 시장 확장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규제의 재도전과 지속 실증은 과제
특구 실험 결과물이 제도로, 제도가 시장으로 옮겨가는 두 번째 막이 열린다. 특구 1단계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법·훈령·고시를 넘어 실제 산업현장에서 계약·보험·조달 절차·표준 미비 같은 '사실상 규제'까지 실증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실증 후에도 제도 적용이 막히면 '재도전 트랙(리오픈 실증)'을 가동해 추가 데이터를 쌓고 이해관계자 조정을 통해 문제를 끝까지 푸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개선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 모니터링-후속 실증-제도 보완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초기 실증을 마친 기업에는 조달·보험수가 연계, 해외 병원 실증 등 후속 지원 패키지를 제공해 산업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허장현 강원테크노파크 원장은 “규제특구는 제도 변경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끝까지 점검해야 한다”며 “막히면 다시 실증해 푸는 실행력이 곧 강원의 경쟁력이다. 특구의 종료는 끝이 아닌 현장 혁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강원테크노파크·전자신문
춘천=권상희 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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