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kg의 상자를 쉼 없이 나르지만 지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시각 시스템을 통해 조립 누락 여부 등 부품의 품질을 검사하고, 지정된 위치에 부품을 정확하게 배치한다. 작업이 끝나면 자율주행으로 다음 공정 구역으로 이동한다. 중국 유비테크(UBTECH)의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Walker) S1’이 중국 자동차 기업인 BYD(비야디), 지리자동차 공장에서 시험 운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람처럼 공장을 누비는 휴머노이드 로봇 뒤엔, 중국이 지난 10여년간 쌓아온 공급망 강화와 인력 양성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로봇 부품의 90%를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4년간의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미국의 4배, 일본의 5배, 한국의 15배에 달한다.
11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중국이 주도하는 AI+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현황’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부품 공급망과 인재 측면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봇 본체를 개발 중인 전 세계 기업 가운데 절반이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가장 명확한 강점은 로봇 하드웨어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전체 로봇 부품의 약 90%를 자체 생산할 수 있어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주요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하는 미국 기업과 달리, 중국 기업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에 따르면,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의 원자재 비용은 약 3만5000달러 수준이지만, 중국산 부품을 활용할 경우 2030년까지 이를 절반 수준인 1만7000달러로 낮출 수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또 다른 강점은 방대한 연구 인력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대학의 로봇 관련 전공 재학생 수는 58만여명으로, 전 세계의 42%를 차지한다. 딥시크, 유비테크, 유니트리, 애지봇 등 중국 AI·로봇 산업을 이끄는 주요 창업자들 대부분이 자국 대학 출신으로, 중국은 인재 양성과 창업 생태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기업·연구소의 성과를 보여주는 특허 출원 건수도 2020년부터 최근 4년간 총 5688건으로, 미국(1483건), 일본(1195건), 한국(368건)을 크게 앞선다.

특히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데이터’ 수집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이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이미지·음성 등의 데이터 세트로 학습되는 것과 달리, 로봇용 AI는 실제 환경에서의 ‘실세계 데이터(real-world data)’ 확보가 핵심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로봇 기업 애지봇은 전용 데이터 수집 공장에서 약 200명의 인력이 하루 3만~5만건의 로봇 동작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엔비디아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GR00T’의 학습에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 로봇 산업의 한계도 지적했다. “알고리즘·데이터·컴퓨팅 능력 제약 등 기술 성숙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수준 역시 아직 인간의 수동 조작이 필요한 ‘레벨 1’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또한 중국이 부품 대량 생산 역량은 갖췄지만 고정밀 모터, 고해상도 센서, 고밀도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의 주도권은 여전히 일본, 독일, 미국 기업들이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GPU 날개 단 기업들 ‘AI 팩토리’ 탄력… 혁신 발판 [심층기획-엔비디아발 AI 혁명]](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0/2025111051555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