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한일전…연비는 크라운 압도, 안정감은 그랜저 [도전, 차대차]

2025-11-15

④도전 차대차/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vs 토요타 크라운 하이브리드

‘5만3,678대’. 현대차 그랜저의 올해 1~10월 누적 판매 대수다. 그중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중이 무려 54%다. 2년 전, 그랜저가 쌓은 굳건한 벽에 HEV ‘원조’ 가문 출신이 도전장을 던졌다. 바로 토요타 크라운이다. 두 모델을 주행코스별 연비와 정숙성, 승차감, 적재 공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저울질했다. 서동현 로드테스트 기자 dhseo1208@gmail.com, 김창우 중앙일보 경제선임기자

본격 비교에 앞서 두 차의 ‘족보’부터 꺼냈다. 그랜저는 1986년 등장해, 40주년을 앞둔 현대차의 장수 모델이자 플래그십 세단이다. 현행 7세대는 제네시스의 독립 이후 더 크고 고급스럽게 변했다. 초대 그랜저의 디자인을 계승한 오페라글라스가 좋은 예다. 5035㎜의 차체 길이는 과거 에쿠스와 맞먹고, 18㎞/L의 복합연비는 막내 캐스퍼보다 뛰어나다. 이런 그랜저도 크라운과 비교하면 ‘새댁’이다. 1955년 등장해 약 70년간 16세대에 걸쳐 진화했다. 센추리를 제외한 토요타의 실질적인 플래그십으로, 본래 일본 내수시장에 주력하는 모델이었다. 그러나 이번 세대는 더욱 젊고 역동적인 감각과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앞세워, 토요타의 글로벌 전략 차종으로 탈바꿈했다. 국내엔 크라운 크로스오버 버전이 들어온다.

실내외/ 넓고 긴 그랜저, 시원한 높이의 크라운

차체 크기

그랜저 하이브리드

크라운 하이브리드

길이(㎜)

5035(+55)

4980

너비(㎜)

1880(+40)

1840

높이(㎜)

1460

1540(+80)

휠베이스(㎜)

2895(+45)

2850

공차중량(㎏)

1700~1735

1845(+110~145)

트렁크 용량(L)

480

490(+10)

먼저 피지컬 비교부터. 기왕이면 ‘큰 차’ 좋아하는 국내 정서엔 그랜저가 유리하다. 차체 길이는 크라운보다 55㎜ 길고, 너비 또한 40㎜ 넉넉하다. 반면 전고는 크라운이 80㎜ 높다. 그랜저가 전통적인 3박스 세단의 실루엣을 갖췄다면, 크라운은 세단과 SUV의 경계를 교묘히 가로지른다. 공차 중량은 큰 엔진과 사륜구동을 사용하는 크라운이 100㎏ 이상 무겁다.

이런 기함급 차종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적재공간도 중요하게 체크한다. 크라운이 소폭 여유롭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기준 트렁크 기본 용량은 그랜저가 480L, 크라운이 490L다. 크라운은 2열 시트 폴딩까지 지원한다. 또한 트렁크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이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부피가 큰 짐을 좀 더 수월하게 실을 수 있다. ‘옥에 티’였던 전동 트렁크의 부재도 연식변경을 통해 추가했다.

두 차의 장비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계기판과 중앙 모니터 모두 12.3인치이며, 국내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1열 통풍 시트와 스마트폰 무선충전 역시 기본으로 갖췄다. 다만 공간 활용성은 그랜저가 앞선다. 기어 레버를 운전대 뒤로 붙이면서 넉넉한 중앙 수납공간을 챙겼다. 크라운은 전자식 기어 레버를 갖추되, 휴대폰을 수직으로 넣는 충전 패드로 구성했다.

시트의 착좌감은 두 차 모두 안락하다. 가죽의 질감뿐 아니라 옆구리를 아늑하게 감싸는 맛이 좋다. 다만 차에 타고내리는 과정은 조금 다르다. 크라운은 지상고가 높아, 소형 SUV처럼 엉덩이를 가볍게 밀어 넣는 방식으로 탈 수 있어 편하다. 반면 뒷좌석 공간감은 그랜저의 승리였다. 다리 공간은 주먹 1개가 더 들어가며, 머리 공간은 비슷했다. 크라운은 2열 시트의 힙 포인트가 1열보다 높아, 뒤에 타도 개방감이 좋다. 두 차 모두 2열 열선과 송풍구, 2개의 USB-C 포트를 기본으로 갖췄다.

동력 성능/ 가속·제동은 비슷, 그랜저가 조용

파워트레인

그랜저 하이브리드

크라운 하이브리드

동력원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전기 모터 1개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전기 모터 3개

배기량(㏄)

1598

2487

변속기

6단 자동

e-CVT

최고출력(마력)

엔진 180 전기 모터 60 시스템 출력 230

엔진 186 전기 모터 120(앞), 54(뒤) 시스템 출력 239

최대토크(㎏·m)

엔진 27.0 전기 모터 26.9

엔진 22.5 전기 모터 20.6(앞), 12.3(뒤)

복합연비(㎞/L)

18.0(18인치) 16.7(19인치) 15.7(20인치)

17.2

굴림방식

앞바퀴 굴림

네바퀴 굴림

이번 비교는 크게 ‘풀-투-풀(Full-to-Full)’ 방식의 실연비 비교와 계측기를 활용한 발진 가속 및 제동거리 비교 등 세 가지 부문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1.6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 배터리를 조합해 시스템 최고출력 230마력을 뿜는다. 정부공인 복합연비는 18인치 휠(시승차) 기준으로 18.0㎞/L를 확보했다. 앞바퀴굴림(2WD) 모델만 나온다. 크라운 2.5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3개의 전기 모터, 배터리를 조합해 시스템 최고출력 239마력을 낸다. 정부공인 복합연비는 21인치 휠(시승차) 기준으로 17.2㎞/L. 토요타의 전기식 사륜구동 E-Four(AWD) 단일 모델로 나온다.

그렇다면 계측기로 확인한 0→시속 100㎞ 발진 가속 성능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사륜구동과 3개의 전기 모터를 탑재한 크라운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그랜저가 평균 0.53초 더 빨랐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무게(그랜저 1700㎏, 크라운 1845㎏), 그리고 토크가 좋은 터보 엔진의 영향이 컸다. 두 차 모두 시승차 기준 225㎜ 타이어를 신었고, 그랜저는 넥센 엔페라 슈프림 S, 크라운은 브리지스톤 투란자 제품을 장착했다.

다음은 제동 성능 비교. 두 차 모두 시속 100㎞에서 정지까지 필요한 제동거리를 계측했다. 그랜저는 평균 37.73m, 크라운은 38.76m를 기록했다. 초기 제동은 크라운이 37.9m를 기록하며 그랜저보다 짧았지만, 반복된 급제동 환경에서 페달 감각이 푹신해지는 페이드 현상이 일찍이 찾아왔다. 그랜저는 37~38m를 꾸준히 기록하며 좀 더 안정적인 기록을 냈다. 145㎏의 공차 중량 차이를 고려하면 두 차의 1.06m 차이는 납득할만한 결과다.

시속 80㎞ 항속 주행 상황에서 두 차의 실내 소음 수준도 비교했다. 그랜저의 승리였다. 2열까지 이중접합 차음 유리로 틀어막은 결과, 평균 61~63dB(데시벨)을 기록했다. 크라운은 64~66dB로, 풍절음과 바닥 소음은 잘 억제했는데 엔진 소음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졌다. 다만 캠리나 RAV4 등 같은 구동계를 사용하는 차종과 비교해 방음 수준은 한층 훌륭했다.

연비/ 도심에 꼭 맞는 크라운, 연 20만원 덜 들어

다음은 오늘의 핵심인 연비 비교. 우리 팀은 도심 위주의 출근길 코스와 자동차 전용도로 등 다양한 구간에서 두 차의 실제 연비 차이를 체크했다. 우선 인천 계양의 주유소에서 두 차 모두 연료를 가득 채운 다음, 서울 서초동 로드테스트 사무실까지 편도 31㎞ 구간에서 1차 연비계측을 진행했다. 결과는 크라운의 압도적 승리였다. 평균 22.5㎞/L의 연비를 기록하며, 공인연비보다 한층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그랜저는 평균 18.5㎞/L로, 역시 공인연비보단 높았지만, 크라운과 같은 구간에서 3.8㎞/L의 차이를 보였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전기 모터 3개를 사용하는 크라운은 도심 위주의 구간에서 EV 모드를 사용하는 비중이 그랜저보다 높다. 특히 감속 또는 제동 상황에서 뒤 차축에 자리한 세 번째 모터까지 회생제동에 관여해, 가다 서다 반복하는 환경에서 배터리 회복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자연스레 EV 모드의 개입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참고로 토요타의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동력분할기구(Power Split Device)가 ‘총사령관’ 역할을 한다. 유성기어를 통해 전기 모터(MG1, MG2, MGR)의 작동을 조절한다. MG1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는 가속할 때 엔진과 힘을 합쳐 바퀴에 동력을 보내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R은 뒤 차축에 자리해, 뒷바퀴에 추가적인 동력을 공급하거나 감속할 땐 역시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채운다. 변속기는 없고 모터가 변속기 역할도 겸하는 e-CVT를 쓴다.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심플하다. 주도권은 엔진이 갖고 전기 모터는 ‘보조’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연비가 ‘잘 나오는 조건’은 일반 가솔린차와 동일하다. 엔진으로 달리면서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하면 저속과 고속 가리지 않고 EV 모드에 들어간다. 다시 배터리 양이 줄면 엔진으로 달린다. 변속기 차이도 있다.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변속기를 모터와 연결하고, 엔진과 모터 사이에 클러치를 물렸다. 상황에 따라 엔진 또는 모터 단독으로 구동력을 전하는 독자기술을 지녔다.

이번엔 서초동에서 영종도 미단시티까지, 중고속 위주의 환경에서 2차 계측을 진행했다. 이번엔 그랜저가 기지개를 켰다. 평균 20.1㎞/L까지 오르며, 크라운과의 격차를 좁혔다. 토요타 하이브리드는 공인연비에서 볼 수 있듯, 도심 연비가 고속연비보다 잘 나온다. 실제 시속 100㎞ 이상 환경에선 EV 모드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대신 고속에서 효율이 좋은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 구동을 전담하고, 여기서 충분히 쌓은 배터리를 시내에 진입할 때 쓰는 게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핵심이다. 다만, 그랜저도 주행하면서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이 굉장히 빨랐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EV 모드로 달리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최초 출발지였던 주유소를 들러 연료를 가득 채운 다음 실제 연비를 계산했다. 해당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14원이었으며, 이날 총 주행거리는 169㎞였다. 그랜저는 총 8.776L의 가솔린이 들어갔고 비용은 1만5042원, 최종 연비는 19.21㎞/L를 기록했다. 크라운은 총 7.546L를 주유했고 비용은 1만2934원, 최종 연비는 22.39㎞/L를 달성했다. 크라운의 승리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도출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연간 1만5000~2만㎞ 주행하는 운전자의 연간 유류비 차이는 얼마일까? 11월 둘째 주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인 1705원/L를 대입해 계산했다.

연간 유류비

그랜저(연비 19.21㎞/L

크라운 (연비 22.39㎞/L)

주행거리

1만5000㎞

유류비

133만1,000원

114만2000원

주행거리

2만㎞

평균

177만5000원

152만3000원

연간 1만5000㎞ 주행하는 운전자의 경우 그랜저는 약 133만1000원, 크라운은 114만2000원이 발생했다. 2만㎞ 달리는 운전자는 그랜저를 탔을 때 약 177만5000원, 크라운이 약 152만3000원이 나왔다. 그랜저도 여느 가솔린 세단과 비교하면 상당히 경제적이지만, 그럼에도 크라운과 차이는 분명했다. 이런 결과는 운전자의 주행 환경과 패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평소 막히는 시내 위주로 차를 운행한다면 EV 모드를 더 긴 시간 쓰는 크라운이 낫고, 자동차 전용도로 또는 고속도로 비중이 제법 있으면 비용 차이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유지비를 계산할 때 배기량 차이 때문에 연간 자동차세는 그랜저가 40만원 정도 낮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주행 질감/ 묵직한 그랜저, 부들부들 크라운

구동계 특성 외에, 두 차의 주행 질감은 상대적 개성이 뚜렷했다. 그랜저는 고속주행 안정감이 뛰어나다. 3세대 플랫폼으로 갈아타면서 무게중심을 낮춘 결과, 속도를 높일수록 차체를 바닥에 진득하게 붙이는 느낌이 좋다. 여기에 랙타입 파워 스티어링(R-MDPS)을 사용하면서 무게감도 좋고, 포장상태가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거동을 유지했다. 이전 그랜저의 가벼운 감각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전 세대 제네시스 G80과 비슷한, 전형적인 대형 세단의 묵직한 감각을 구현했다. 또한 3.5L 그랜저와 비교해 앞머리가 가볍고, 하이브리드 구동 배터리가 2열 시트 아래에 자리해 선회 시 조금 더 깔끔한 거동을 느낄 수 있었다.

크라운은 조금 더 부드럽다. 렉서스 ES, 토요타 캠리와 유사하지만 높은 지상고와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앞세워 ‘부들부들’한 기분 좋은 승차감을 완성했다. 운전대 조작에 따른 앞머리 반응도 그랜저보다 예리하다. 편안한 이동뿐 아니라 운전자의 ‘손맛’까지 놓치고 싶지 않다면, 크라운이 취향에 더 맞을 수 있다. 다만, 고속에서 차체를 진득하게 누르는 감각은 그랜저가 우위에 있었다.

보증기간 및 가격

경제성을 체크할 땐 제조사 보증기간도 살펴보면 좋다. 먼저 일반보증(차체 및 일반부품)은 토요타가 3년/10만㎞로 넉넉하고, 엔진 및 동력전달계통 보증은 현대차가 5년/10만㎞로 기간이 더 길다. 두 제조사 모두 하이브리드 구동 배터리 보증은 10년/20만㎞까지 제공한다. 따라서 두 차 모두 10년 동안은 배터리 걱정 없이 운행할 수 있다.

마지막은 가격 비교. 그랜저는 옵션과 디자인에 따라 여섯 가지 트림으로 나누며, 가격은 4354만~5393만원이다. 최상위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5690만원까지 올라간다. 크라운은 수입차 특성상 대부분의 옵션을 포함한 단일 트림으로 들어온다. 가격은 5883만 원이며, 2.4 터보 하이브리드가 6845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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