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쉽게 시스템 취약점을 찾고 악성코드까지 만드는 해킹 기술인 ‘AI 해커’에 맞서기 위한 보안 신기술 개발이 잇달아 추진된다. 최근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기관을 겨냥한 해킹 위협이 커지면서 화이트해커 역시 AI로 무장해 국가 보안 역량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이날 ‘AI 기반 사이버방패 구축 기술 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사전기획을 위한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반년 간 세부계획 수립과 타당성 분석을 거쳐 연말 과기정통부에 예타 대상 사업으로 신청할 방침이다.
IITP는 AI 기술로 해킹 공격을 사전에 예측·탐지하고 공격당할 시 자동으로 방어·복원하는 보안 시스템 ‘AI 사이버방패’를 구축할 계획이다. 개발된 기술을 통신·금융·모빌리티·로봇 등 산업계에 적용하는 실증 사업도 추진한다. IITP는 “AI의 파급력 확대로 사이버공격이 대규모화·정교화했다”며 “AI 기반 자율형 사이버 방어를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이 필수가 됐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또 다른 과기정통부 산하기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AI 화이트해커’라는 비슷한 기술 확보를 위해 내년도 사업 예산을 신청했다. KISTI는 과학기술보안연구센터를 통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포함, 국가 R&D를 수행하는 64개 연구기관의 정보보안을 전담하고 있다. AI 화이트해커 역시 AI 해커보다 먼저 연구기관의 취약점을 찾고 모의해킹 훈련을 통해 공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AI 기술로 개발될 전망이다.
이준 KISTI 과학기술보안연구센터장은 “AI가 시스템 취약점을 찾고 그곳을 어떻게 뚫을지 전체적인 공격 시나리오까지 짜주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이는 해킹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최근 AI 등장으로 해킹 빈도가 크게 느는 추세다. 글로벌 보안기업 포티넷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공간에서의 자동화 해킹 시도는 초당 3만 6000건으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이에 이동통신사들도 보이스피싱 등을 자동으로 가려내는 AI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민간에서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