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에 깔려 숨진 배달기사···경찰 강경 진압에 인도네시아 시위 격화, 최소 4명 사망

2025-08-31

반둥·발리 등 전국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 활활

프라보워 대통령, 중국 열병식 참석 계획 취소

메타·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단속 나서

국회의원에게 주는 주택 수당에 반대하며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한 장갑차에 무고한 배달기사가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위는 격화했다.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불에 탄 남술라웨시주 마카사르 지방 의회 건물에서 구조당국에 의해 세 구의 시신이 수습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숨진 시민은 총 4명이 됐다.

이 지역의 지방 의회 건물에서는 전날 밤 방화 사건이 일어났는데 인도네시아 당국은 시위대가 이곳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해 족자카르타, 반둥, 수라바야, 메단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배달기사 아판 쿠르니아완(21)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시위 참가 인원이 급증했다. 그는 지난 28일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자카르타 의회 부근을 지나가던 중 경찰 기동대의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경찰은 당시 시위 인파를 해산하기 위해 도로에서 장갑차를 몰고 있었다.

배달기사의 피해 장면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자 반정부 시위대는 리스티오 시깃 프라보워 경찰청장의 해임도 요구했다. 배달기사를 비롯한 시위대 수백 명은 자카르타의 경찰청 기동여단 본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유가족과 면담하고 “경찰관의 과도한 행동에 충격을 받았고 실망했다”면서도 “끊임없이 불안을 조장하고 혼란을 부추기는 세력에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장갑차를 몰던 7명에 대한 특별수사에 착수했다.

자바섬 서쪽 반둥에서도 지방 의회 방화 사건이 발생했으며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수라바야에서는 시위대가 펜스를 파괴하고 차량을 불태운 후 지역 경찰청사에 무단 침입했다. 보안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던지거나 물대포를 쏘았고 일부 시위 참가자는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며 반격했다고 AP는 전했다.

휴양지 발리에서도 학생과 오토바이 택시기사 수백 명이 덴파사르 지역 경찰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나렌드라 위착소노는 “인도네시아 관광의 중심지인 이곳에서 시위를 벌여서 법적 불의, 부패, 경찰 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얻고 싶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실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9월3일 중국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이와 동시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위 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한 단속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 주 메타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관계자들을 불러 허위정보가 확산하지 않도록 “콘텐츠 중립성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틱톡은 인도네시아 내 라이브 방송 기능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지난 25일 시작된 이번 시위는 지난해 9월부터 하원 580명이 1인당 월 5000만루피아(약 430만원)의 주택 수당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5000만루피아는 자카르타의 월 최저임금의 약 10배에 달한다.

시위 참가자들은 국회의원 수당은 늘어난 반면 프라보워 정부가 교육·보건 인프라 등을 포함한 2025년도 공공 서비스 예산을 306조6695억루피아(약 26조원) 삭감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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