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AI 기업 루닛이 제시한 흑자 전환 시점은 2027년. 해외 매출 증가로 외형 확장에 성공한 가운데 '수익성 개선'이 숙제로 남았다. 볼파라와의 사업 통합과 주력 제품의 판매 호조로 1분기 기준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해외 진출을 위한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쪼그라들었다.
루닛 측은 암 진단과 치료 두 가지 영역을 고르게 성장시키고, 북미 시장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선 최근 루닛이 공들이고 있는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가 회사 내실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해외 진출로 손실 확대···주력 제품 성장세 확인
13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올해 1분기 매출 19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한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해외 매출이 179억원, 국내 매출 13억원으로 각각 같은 기간 대비 327%, 35% 늘었다. 이는 지난해 루닛이 인수한 볼파라 매출 확대와 AI 암 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가 39%,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의 매출이 135% 증가한 결과다.
다만 영업손실은 61% 악화된 2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볼파라의 유통 채널을 통해 루닛이 1분기 북미에 3차원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 판매를 시작하는 등 해외에 자리 잡기 위해 지출이 늘어난 탓이다.
영업손실 확대에도 루닛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의료 AI의 핵심 지역인 북미 진출 성과를 얻은 만큼 향후 미국 매출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어서다. 루닛의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영업활동현금유출은 지난해 1분기 164억원에서 올해 1분기 130억원으로, 본업에서 성과를 올리며 유출이 개선되고 있는 상태다.
'면역치료 반응' 예측 주목···암 정복 역량 강화
AI로 암을 정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루닛. 회사는 2022년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 제품 '루닛 스코프' 시리즈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진단에서 예측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반응 예측은 바이오마커의 발현 정도를 비롯, 항암제의 치료 반응을 예상할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루닛 스코프 관련 제품은 1분기 매출 기준 5%대를 차지해 초기 단계에 속하지만, 매출 확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AI 예측 솔루션은 환자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해 암 치료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닛은 지난해 하반기 아스트라제네카, 상반기 로슈 자회사 제넨텍 등 공식 협업을 시작했으며, 글로벌 빅파마 상위 기업들과 연구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지난달 열린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도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침샘암, 비소세포폐암 EGFR 변이 환자의 소세포폐암 전환 위험 예측을 포함한 연구 성과 7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따라서 업계에선 향후 루닛의 고속 성장과 수익 개선은 '루닛 스코프'에 달려 있다고 예상했다. 이미 루닛이 연구자 임상을 여러 빅파마와 진행하고 있는 만큼, 동반진단으로 허가 받을 시 빅파마가 루닛의 제품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까닭에서다.
루닛 관계자는 "치료 예측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경쟁자가 많아 전망이 밝은 시장"이라며 "스코프의 상용화 매출은 흑자 전환 시점인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