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올해 7월부터 수도권에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대출비중이 높은 지역의 매수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핵심지는 ‘똘똘한 한 채’ 열풍에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20일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 1억 원인 차주가 수도권에서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LTV 70%·35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대출금리 4% 가정)을 실행할 경우 현재 최대 7억 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7월부터는 6억 4400만 원으로 5600만 원(약 8%) 줄어든다. 같은 조건으로 연봉 5000만 원인 차주가 6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할 때에도 주담대 한도는 3억 7600만 원에서 3억 2000만 원으로 축소된다.
남혁우 우리은행WM영업전략부 부동산 연구원은 “이미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고 있는 데다 금리 인하가 3단계 시행 효과를 상쇄하면서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울 외곽과 일부 수도권에서는 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법원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에서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이 접수된 집합건물의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노원구로 63.5%를 기록했다. 이어 금천구(62.9%), 은평구(62.5%), 강북구(62%) 등의 순이다. 인천 서구(76%)와 경기 화성(71%), 평택(70%) 등은 70%대를 넘어섰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으로, 1금융권 기준 대출금의 120% 수준이다. 즉 비율이 낮을수록 집을 살 때 돈을 적게 빌렸다는 의미다. 반면 송파구(42.6%)와 서초구(44.8%), 강남구(45.9%)는 비율이 낮았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자산가 중심 시장으로 재편된 서울 핵심지는 대출 의존도가 낮고 자금 조달 여력이 크기 때문에 스트레스 DSR 확대 영향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금리 인하와 공급 부족 우려 등이 작용해 점진적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라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매매 매물이 감소한 게 스트레스 DSR 시행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송파구 아파트 매매 매물은 두 달 전보다 30% 감소했다. 서초구와 강남구도 각각 26%, 15% 줄었다.
비수도권의 경우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이 12월까지 유예되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미분양이 적체돼있는 만큼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을 살 생각이 없던 사람들에게 집을 살 생각을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면 수도권과 지방의 차등 규제가 시장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