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83년 만의 '3선'이냐, 레임덕 뒤 'MAGA 2세'냐

2025-11-10

이달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대선 승리 1주년을 전후해 벌써부터 2028년 11월 7일에 있을 차기 대선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상 시국을 틈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3~4선에 내리 성공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 이후 83년 동안 3선 이상을 한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은연 중에 이에 도전할 의사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 미국 헌법이 금지한 출마 행위를 돌파해 볼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투다. 다만 헌법을 우회할 묘안이 없는 데다 지난 4일 뉴욕시장과 뉴저지·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이 이른바 ‘싹쓸이’ 패배까지 당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욕심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자칫 내년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에 빠질 수도 있는 만큼 공화당에서도 당의 구심점이 될 새 인물을 찾는데 조금씩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JD 밴스(41)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54) 국무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후계자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47) 트럼프그룹 수석 부회장까지 차기 유력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구원투수로 나섰다가 패배한 뒤 당내 인사들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던 카멀라 해리스(61) 전 부통령이 재도전을 시사한 상태다. 3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미국 대선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를 그대로 잇는 후계자가 당선된다면 현 글로벌 보호무역 체계와 약화된 동맹 관계는 4년 더 연장될 수도 있다. 반대로 공화당에서든, 민주당에서든 현 행정부와 성향이 전혀 다른 지도자가 나온다면 트럼프 시대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세계 질서는 재조정될 수 있다.

백악관에 놓인 ‘트럼프 2028’ 모자…‘MAGA 책사’ 배넌 “3선 도전 비책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3선 도전 논란은 지난해 대선 기간 때부터 꾸준히 불거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재집권이 확정되지 않은 선거 기간에도 2028년 대선 도전을 암시하는 발언은 반복해서 내놓았다.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농담 삼아 “종신 대통령직을 원한다”는 말도 종종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선 도전을 둘러싼 뒷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직전인 9월 30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트럼프 2028’이라고 적힌 모자를 공개하면서 재점화됐다. 이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9월 2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여야 지도부와 셧다운 사태와 관련해 회동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 속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지주회사이자 가족 기업인 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운영하는 소매 온라인 사이트 ‘트럼프 스토어’에서 4월 29일부터 판매되는 상품이다.

3선 도전 논란은 지난달 24일 스티브 배넌의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를 계기로 재차 부각했다. 배넌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선 때부터 책사로 활동하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의 일원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28년에 대통령이 또 될 것”이라며 “사람들은 거기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진행자가 ‘누구도 2번 넘게 대통령직에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22조를 거론하자 배넌은 “다양한 대안이 있고 적절한 시기에 그 계획이 뭔지 밝힐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불완전하고 종교적이지도 않지만, 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도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배넌이 3선 도전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나 참모진에게 공유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본 도쿄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3선 도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을 하고 싶다(I would love to do it)”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면서도 자신의 지지율이 높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 김해공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도 “출마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꽤 확실하다”면서도 “내 지지율은 지금까지 중 최고치를 찍고 있은데 안타깝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공개된 CBS 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고 “3선 도전에 대해 생각도 안 해 봤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출마하길 원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장기 집권 유혹 내던진 조지 워싱턴…‘최대 2번 임기’ 대통령제 불문률로

미국 대통령의 3선 출마 자제 관례는 수정헌법 제22조가 제정되기 전부터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몸소 실천한 이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빼고는 지금껏 누구도 3선에 성공하지 못했다.

워싱턴 전 대통령은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으로 1789년 역사상 유일하게 만장일치로 지도자가 된 인물이다. 전 세계가 왕정을 당연하게 여기던 터라 미국인들조차 처음 도입한 ‘대통령’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던 시대였다. 일부 유럽 국왕들은 워싱턴 전 대통령이 사실상 군주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헌법에 연임 제한 규정도 없어서 워싱턴 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다른 신생국들의 초기 지도자처럼 얼마든지 장기 집권할 수도 있었다. 워싱턴 전 대통령 만큼 명망이 높은 사람도 미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의 기초가 취약한 상태라 연방이 금세 분열될 수도, 유럽의 간섭과 위협을 다시금 받을 수도 있었다.

‘민주주의적 대통령제’는 워싱턴 전 대통령이 두 번의 임기만 끝내고 1797년 고향으로 홀연히 떠나면서 분명하게 정의됐다. 워싱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장기 집권 후 권력 다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며 임기 연장을 요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워싱턴 전 대통령에게는 생물학적인 자녀도 없었다. 워싱턴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퇴임은 유럽의 국왕들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워싱턴 전 대통령이 지금도 미국인들에게 존경받은 최고의 지도자로 남은 것은 단순히 그가 전쟁 영웅이거나 초대 지도자라서가 아니라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미국식 민주주의의 기반을 닦은 공로가 너무나도 큰 까닭이다. 이후 미국의 대통령들은 ‘조지 워싱턴 만큼 훌륭하지도 않은 주제에 세 번이나 욕심을 내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을 지켜야 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3선에 실제 도전한 인물조차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선거로는 한 번만 당선됐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본래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부통령으로 1901년 취임했다가 대통령이 6개월 만에 암살되자 직을 승계하는 식으로 지도자가 됐다. 이때 나이가 고작 42세로, 이는 아직도 역대 최연소 대통령 기록으로 남아 있다. 선거로 뽑힌 대통령 가운데 최연소는 취임 당시 43세였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04년 재선에 성공한 뒤 1909년 퇴임했다가 1912년 3선 도전에서 낙마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후임인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당시 대통령에게 밀려 공화당 후보가 되는 데 실패하자 진보당을 창당해 출마를 강행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화당 표를 절반 이상 잠식하며 2위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이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이밖에 북군 총사령관으로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율리시스 S 그랜트 전 대통령이 1869~1877년 재임 뒤 한 번의 임기를 건너 뛰고 1880년 3선에 나섰다가 공화당 경선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 그랜트 전 대통령은 당시 3선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경선 직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투표는 그가 없는 상태에서 그대로 진행됐다. 그랜트 전 대통령은 46세에 대통령에 처음 당선돼 케네디 전 대통령이 나오기 전까지 92년 동안 선거로 첫 임기를 시작한 지도자 가운데서는 나이가 가장 어렸던 사람으로 기록됐다.

1945년 루스벨트 이후엔 헌법으로 ‘금지’…한국에서도 이승만 때부터 ‘3선은 惡’

워싱턴 전 대통령의 솔선수범에도 3선 금지 관례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됐다. 법적으로는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데 관습으로만 이를 제약했던 까닭이다. 해당 전통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깬 이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대공황 시기인 1933년 처음 취임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5년까지 재임했다. 1932년, 1936년, 1940년, 1944년 대선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1940년 3선 도전은 불문율을 처음 깬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다만 대공황 극복의 업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던 점, 유럽발(發) 제2차 세계대전으로 국가적 위기가 고조된 점 등이 3선의 면죄부가 됐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면서 건국 이후 처음으로 본토가 외세에 침략을 당하자 미국 의회는 하루 뒤인 8일 전격적으로 전쟁을 선포했다. 인류 최초의 핵무기를 개발하는 ‘맨해튼 계획’에 탄력이 붙은 것도 이 즈음이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44년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4선에 어렵지 않게 성공했지만, 임기를 3개월도 못 채우고 1945년 4월 숨졌다.

미국 정치권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사례가 자국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로 1947년 3월 21일 대통령의 3선 금지를 명문화한 수정헌법 제22조를 통과시켰다. 미국 수정헌법 제22조 제1절은 ‘누구도 두 번 넘게 대통령직에 선출될 수 없으며,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른 사람의 임기 동안 2년 넘게 대통령직에 있었거나 이를 대행한 누구라도 한 번 넘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즉, 임기를 2년 이상 채운 직전 대통령이 탄핵·사임·사망 등으로 물러나 2년이 안 되는 기간만 직을 승계한 부통령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대통령을 세 번 이상 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이론적으로는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해 2년 미만을 재임한 사람만 선출직에 두 번 출마할 수 있어 총 세 번, 최대 10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 이 조항은 1951년 2월 27일 미국 내 4분의 3 이상의 주가 비준해 발효됐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해리 S 트루먼 전 대통령은 이 조항을 소급해 적용받지 않았다. 트루먼 전 대통령은 1952년 한국전쟁 교착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3선 도전을 스스로 포기했다.

수정헌법 제22조 발효 이후 대통령직을 세 차례 역임할 자격을 갖췄던 인물은 린든 B 존슨 전 대통령뿐이었다. 존슨 전 대통령은 케네디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있다가 1963년 11월 대통령이 암살되자 1년 2개월 동안 직을 이어받았다. 존슨 전 대통령은 1965년 재임 이후 1968년 3선에 도전하려다가 베트남 전쟁 여론 악화로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워싱턴 전 대통령이 남긴 민주주의적 대통령제의 유산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정치 인식에도 큰 영향을 줬다. 실제 유럽·아프리카·남미 등 대통령제를 따르는 대다수 국가는 출마 가능 횟수를 1~2회로만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1919년 임시정부 때 처음 대통령제를 받아들였고,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 때부터 대통령의 임기를 4년 중임제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부터 ‘3선 이상은 독재이자 민주주의에 악(惡)’이라는 대중들의 인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 같이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도 건국 이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 40여 년 동안 극심한 갈등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워싱턴 전 대통령의 권력 포기가 신생 국가였던 미국의 연착륙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을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최고령 기록 2번 경신’ 트럼프, 개헌도 사실상 불가능…“부통령 출마는 안 해”

미국의 법률가 대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헌을 하지 않는 한 2028년 3선에 도전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정헌법 제22조를 바꾸려면 내년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승을 거둔 뒤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미국 50개 주 가운데 3분의 2 이상인 34개 주 의회의 요청으로 전국 헌법 제정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로 개헌안을 발의·승인한다 해도 실제 이를 발효하려면 이후 50개 주 가운데 4분의 3인 38곳 이상의 주 의회에서 비준을 받아야 한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4석, 주지사 50석 중 36석을 새로 뽑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은 대단히 떨어지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의 욕심이 구현되려면 우선 3선 개헌이 내년 중간선거의 최대 쟁점이 돼야 한다. 이후 이 여론을 타고 공화당이 상·하원과 주지사 승리를 휩쓸어야 한다.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통치에 반발해 ‘노킹스(No Kings)’ 시위가 잇따르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승을 거두더라도 모든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 한 명을 위해 개헌에 동참할지도 의문이다. 공화당에 트럼프 대통령 외에 차기 대권 꿈을 꾸는 정치인이 없을 리도 없다.

심지어 이같은 조건이 갖춰지더라도 중간선거 1년 뒤이자 차기 대선 1년 전인 2027년 11월 정도까지는 개헌이 완전히 발효돼야 한다. 선거에 나가려면 아무리 늦어도 대선 1년 전에는 출마 선언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캠프 구성, 선거 자금 모금 일정 등을 고려하면 1년 전에 출마를 공식화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ABC에 따르면 공화당의 의회 1인자이자 헌법 전문 변호사 출신인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도 같은 달 28일 워싱턴DC 의사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헌법을 개정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며 “헌법을 개정하려면 약 10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요 외신이 예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시나리오는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 출마다. 부통령으로 당선된 뒤 대통령을 중간에 물러나게 해 그 직을 승계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달 27일 전용기 안에서 “부통령으로 출마할 수는 있지만 그럴 계획은 없다”며 “너무 약삭빠르고 옳지 않아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고령 지도자라는 점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이미 만 70세 7개월의 나이로 취임해 첫 집권 기준으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69세 11개월 기록을 깼다. 1985년 두 번째 임기 때인 레이건 대통령의 73세 11개월 기록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78세 2개월의 나이로 먼저 넘어섰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마저도 올 1월 78세 7개월로 돌파했다. 과거 3선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사람들 대다수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임기를 시작했던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반대 상황에 있는 셈이다.

조기 레임덕 방지용 발언일 수도…밴스, 루비오, 트럼프 주니어 등 차기 부각

주요 외신들은 3선 도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아래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을 차단하기 위해 3선 도전 의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실제 공화당은 4일 뉴욕시장과 뉴저지·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 등에서 여당이 대패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폐지 요구를 묵살했다.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5일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미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과 8일 트루스소셜에 연달아 글을 올리고 의사 규칙을 변경해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의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인 51명으로 낮추는 ‘핵옵션’을 쓰라고 공화당에 촉구했다. 미국 연방상원에서 양당 모두 60표를 얻지 못해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자 무리수라도 두라는 주문이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6일 “공화당의 상원의원들이 이전과 달리 고분고분하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시기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에 일종의 비토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야의 협치를 강제하는 효과가 있고 상원은 이를 하원과 차별화하는 요소로 여긴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과 이기지 못할 싸움을 시작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내년 중간선거가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공화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권력의 구심점이 될 차기 주자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먼저 부각한 이들은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이다. 밴스 부통령은 젊은 나이와 가난한 백인 노동자 집안 출신, 강렬한 보수 성향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루비오 장관은 쿠바 출신 히스패닉 이민자 가정에서 나고 자란 인물로 ‘공화당의 버락 오바마’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5월 언론 인터뷰와 8월 백악관, 10월 27일 전용기 안에서 잇따라 이 두 사람을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꼽았다. 밴스 부통령 역시 올 9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도전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올해와 내년에 우리가 일을 잘해내면 2027년에 정치 이야기를 해도 될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7일 폴리티코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이와 관련해 최근 측근들에게 “밴스 부통령이 2028년 공화당 대선 경선의 선두주자”라며 “밴스 부통령은 원하기만 하면 공화당 후보가 될 사람이고 그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후계 구도를 벌써부터 계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진단했다.

이들 외에는 트럼프 주니어 부회장과 공화당의 톰 코튼(아칸소)·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등도 잠룡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트럼프 주니어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저녀들 가운데 언론 노출과 정치 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해리스 전 부통령이 대선 재도전 의사를 이미 내비친 상태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달 25일 공개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조카 손녀 세대가 반드시 여성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녀는 “그 여성 대통령이 당신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해리스 전 부통령은 9월에 지난해 대선 과정을 다룬 ‘107일’이라는 저서를 내고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동료들을 싸잡아 비판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강도와 레임덕 여부, 차기 대권 구도는 무역 압박을 받는 한국 등 다른 나라에도 중대한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얼마나 탄력을 받느냐에 따라 관세와 물가, 미국 재정 적자, 인공지능(AI) 경쟁, 고용시장 변화 등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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