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한-미 상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증권가·무역업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우리 정부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건설, 철강, 조선, 물류 등 연관 산업까지 덩달아 파급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제기됐다. 특히 건설업계 내에서는 해당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인 LNG 플랜트 건설이 현실화될 경우 최근 두각을 보이고 있는 모듈 공사 기술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조세금융신문’은 극한 기후 지역 등에서 효율성을 보이는 모듈 공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예정지인 니키스키(NikisKi) 지역은 많은 적설량과 낮은 기온으로 인해 플랜트 건설 시 통상적인 스틱 빌트 방식(Stick-built type, 현장에서 목재 기둥·보·서까래 등을 다듬어 조립하는 방식)보다 모듈 공사 방식(Module type)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업계 다수 의견이다.
모듈 공사 방식은 스틱 빌트 방식에 비해 폭우, 폭설, 폭풍 등 환경적 요인에 따른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니키스키 지역은 최근 5년간 적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연간 합계 91.4㎝의 적설량을 기록한 니키스키는 2021년 93.5㎝, 2022년 114.5㎝, 2023년 121.2㎝를 각각 기록하면서 매년 꾸준히 적설량이 증가하다 2024년 115.3㎝의 적설량을 보이면서 증가세가 멈춘 상황이다.
니키스키 지역은 매년 10월부터 첫눈이 오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7개월가량 눈이 내리며 매년 12월에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한다.
이와 함께 최근 5년간 니키스키 지역의 월 평균 기온을 살펴보면 11월부터 1월까지는 평균 영하 1.5°C영하 5.0°C를 기록한 반면 4월10월까지는 영상 2°C~영상 10°C의 온도를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COVID-19(코로나 사태)와 같은 급격한 환경변화가 발생하면서 플랜트 현장에서는 모듈 공사 방식의 도입이 급격히 확대됐다”며 “모듈 공사는 극한 기후 지역 등에서 주로 쓰이고 운송비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만 일관된 제작 품질을 얻을 수 있어 전체적인 비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반적인 플랜트 공사 등은 월별 평균 적설량이 1cm 미만, 월평균 기온이 0℃ 이상일 경우 현장 접근성, 작업 효율, 장비 운용 등에서 유리하다”며 “알래스카는 적설량과 평균기온을 고려하면 5월부터 9월까지 약 5개월 동안만 야외 공사에 최적화돼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 수행 시 모듈 공사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극한 기후’ 알래스카, 플랜트 착공 시 모듈 방식 효율성 부각
모듈 공사는 장점도 많으나 단점도 상당하다. 다만 극한 기후 지역 등에서는 모듈 공사 방식이 지닌 효율성이 단점을 뛰어넘는다.
우선 모듈 공사는 ▲현장 시공의 직접·간접 인력 감소 ▲숙소·식사·항공료 등 간접비용 감소 ▲타 공종의 작업공간 확보 및 간섭 최소화로 생산성 향상 ▲공기단축 불확실성 감소 ▲현장 고소(高所) 작업의 최소화로 안전작업 확보 ▲코로나 팬더믹(Pandemic)과 같은 환경변화 대처 유연 ▲파업 등 노조 이슈 감소 등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자재비용 증가(안정성 확보용 임시보강재 등) ▲물류비용 증가(특수운송, 태풍 등 기상요인) ▲설계비용 증가 및 높은 설계역량 요구 ▲정교한 자재 분리 발주 및 입고 일정관리 필요 ▲마진이 없는 공기(공정에 따른 인원 투입 필요) 등은 단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모듈 공사 방식은 ▲혹한·혹서·폭우 등 극한 기후 지역 ▲환경 등 정부 규제가 강하거나 내전·폭동 등 정치적 불안정 지역 ▲Remote area(해상 섬, 무인 오지) ▲건설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 ▲숙련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 ▲임금이 높거나 임금 변동 폭이 큰 지역 등에서는 장점이 단점을 상쇄시키기에 전체 프로젝트 측면에서는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 대형 플랜트 건설 과정에서는 플랜트 모듈이 주로 사용된다. 플랜트 모듈(Plant Module)은 공사 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기계장치, 배관, 계측제어장치, 전기장치 등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 사전에 제작하되 그 형태를 유지하면서 현장으로 운반해 설치될 수 있도록 만든 플랜트 구성물을 의미한다.
플랜트 모듈 공사는 ‘설계·인허가 → 모듈을 고정할 베이스 플레이트(base plate) 등 플랜트 부지 내 기초 공사 → 제작소를 통한 모듈 제작 → 육상·해상을 통해 지정 플랜트 부지로 모듈 운송 → 지정 부지 내 모듈 간 연결부 마감 → 수도·전기 장비 및 가스 배관 등 설치 → 배관 압력 테스트 및 최종 도장·단열 작업 → 시운전(Commissioning) → 준공(completion)’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모듈화 공사 경험 축적’ 대우건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현실화 시 수혜 받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가 현실화될 경우 모듈 공사 기법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업계는 대우건설을 주목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과거 쿠웨이트, 나이지리아, 한국 울산 등에서 이뤄진 플랜트 프로젝트 과정에서 EPC(설계·구매·시공)를 일괄 수행하며 모듈 공사 방식을 도입·적용했기 때문이다.
앞서 2011년 2월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에서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오투마라 노드 가스처리시설 건설공사(Otumara Node Project)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공사는 글로벌 대형 석유회사 셸과 나이지리아 국영석유회사(NNPC)의 현지 합작회사인 SPDC가 발주한 공사로 대우공사는 EPC 총괄 업무를 맡았다.
대우건설은 당시 모듈 공사 방식을 도입해 플랜트를 건설했는데 이때 제한된 공간에서 무거운 중량물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시키고자 ‘Heavy Skidding System’을 도입했다.
‘Heavy Skidding System’은 중량물 하단에 스키드 슈(Skid Shoe)를 설치한 뒤 스키드 슈와 중량물 전체를 스키드 트랙(Skid Track) 위에 올려 유압 실린더로 일정 간격씩 밀고 다시 당겨오며 반복 이동하는 운송 방식이다.
대우건설은 ‘Heavy Skidding System’을 통해 총 103.94㎞의 구간에 CPF(Central Processing Facility, 해양가스처리설비) 모듈을 운송했다. 이어 지난 2015년 5월 대우건설은 대림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단 잔사유 고도화 시설 및 올레핀 하류시설 공사(S-OIL R.U.Complex Project)에 대한 시설설계 용역을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2016년 8월~2017년 9월 동안 협력업체와의 협업해 목포, 창원, 인천, 광양 등에서 가스 배관, 철골 구조물 등의 모듈을 제작한 뒤 울산 온산공단으로 운송해 공사를 진행했다. 또 지난 2015년 10월 대우건설 등 국내 5개 건설사가 수주한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공장 프로젝트(AZRP, Al-Zour Refinery Project)에서 대우건설은 초장거리 모듈 공사에 도전했다.
AZRP 프로젝트는 수도인 쿠웨이트시티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진 알주르 지역에 하루 61만 5000배럴의 저유황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정유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2017년 4월~2019년 1월까지 중국 광동성 주하이와 광저우에서 협력사와 함께 배관, 철골, 전기계측 등 플랜트 모듈을 제작해 쿠웨이트 AZRP 프로젝트 부지까지 운송해 설치했다. 당시 모듈 운송 경로가 큰 이슈가 됐는데 이는 총 9600㎞로 선박과 같은 해상 운송 수단으로 19일가량이 걸리는 초장거리에 속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 플랜트 EPC 업체 중 모듈 공사 이력을 갖춘 곳은 당사를 포함해 삼성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등 몇 곳에 불과하다”며 “만약 정부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한다면 향후 사업 타당성 등을 통해 수익성 보장이 확실하다 판단되면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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