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부상에도 대표팀 남아 7-7 동점 만드는 솔로포 폭발
"경기에서 쏟아내는 것이 할아버지 보내드리는 길이라고 생각"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외조부상을 딛고 그라운드에 선 김주원(NC)이 9회말 2사에서 터뜨린 극적인 동점 홈런은 한국 대표팀뿐 아니라 선수 자신에게도 큰 의미로 남았다.
김주원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의 2차전에서 7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경기 말미에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6-7로 끌려가던 9회말,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은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그는 앞선 네 타석에서 안타 없이 몸에 맞는 공 하나만 기록한 아쉬움을 단숨에 지웠다.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 상대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셋업맨으로 꼽히는 오타 다이세이(요미우리). 김주원은 다이세이의 시속 155㎞ 직구를 완벽히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연결했고, 이 한 방으로 한국은 극적으로 7-7 무승부를 만들며 올해 마지막 한일전을 마무리했다.
2002년생인 김주원은 KBO리그에서 공격과 수비, 주루 능력까지 겸비한 차세대 유격수로 평가받는다. 프로 3년 차인 이번 시즌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 15홈런, 65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고, 도루 44개를 성공시키며 리그 2위까지 올랐다.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는 성장세 덕분에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차기 메이저리거 유격수 후보'로 언급될 정도다.
대표팀 경험도 일찍부터 쌓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 2023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24 WBSC 프리미어12까지 굵직한 국제 대회를 연이어 경험하며 내야 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를 높였다. 특히 KBO에서 흔치 않은 스위치히터라는 점도 그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요소다.

하지만 이번 원정길은 김주원에게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일본 입국 하루 뒤인 13일, 그는 외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전해 들었다. 부모는 "경기에 집중하라"며 마음을 다잡아주었고, 김주원은 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슬픔을 조용히 감춘 채 선수단에 합류했다. 지난 16일 류지현 감독은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 들어온 김주원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나중에 인터뷰를 진행하겠다"라며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했다.
시간이 지나 감정이 가라앉은 뒤 김주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어려운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 직접 보내드리지 못하는 만큼, 경기에서 모든 걸 쏟아내는 것이 할아버지를 보내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 역시 "김주원 선수 부모님의 말씀을 전해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라며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집중해 중요한 순간에 해결해 준 것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라고 선수의 투혼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경기 막판 홈런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주원은 WBC 대표팀 내야 백업 경쟁에서도 한 걸음 앞서 나가게 됐다. 그는 "앞선 타석들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라며 "계속 보완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대표팀에서 싸우고 싶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