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패션업계가 올해 주요 수주전과 전시 무대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며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월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 상담이 이뤄졌고 6월 피렌체에서 열린 피티 워모(Pitti Uomo)에서는 한국이 공식 게스트 국가로 초청됐다. 이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뷰 인 서울 2025(PIS 2025)도 성황리에 마무리되면서 K-패션은 단순 홍보를 넘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실질적인 거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71만 달러 수주"···서울패션위크, K-패션 분위기 띄워
2월 5일부터 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주요 패션 지구에서 열린 2025 F/W 서울패션위크는 올해 K-패션 열기를 이끈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행사에는 25개국 100명의 해외 바이어가 참여해 활발한 상담이 이뤄졌다.
이번 시즌에는 오프라인 미팅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 상담도 병행돼, 총 수주 상담 규모는 671만 달러(약 94억원)로 전년 대비 19%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글로벌 수주 시장이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서울시는 "해외 바이어 유치 확대와 글로벌 쇼룸 운영 강화가 성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피렌체 무대서도 주목받은 K-패션···실제 사업으로 확장
서울에서 시작된 분위기는 6월 17~20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피티 워모 2025에서도 이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해외 바이어가 모인 이번 행사에서 한국은 공식 게스트 국가로 초청됐으며 국내 브랜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PAF)이 게스트 디자이너로 런웨이에 올랐다.
2018년 설립된 PAF는 해체주의 디자인과 기능성 패션을 결합해 주목받아 왔으며 최근 빠르게 성장하며 '포스트 스트리트웨어'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런웨이 현장에서는 전 세계 바이어와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행사 주최 측인 피티 이매진의 라포 치안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한국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시장으로, 글로벌 패션계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라파엘로 나폴레오네 대표도 "5대륙 100여 개국에서 온 바이어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한국 디자이너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PAF는 이날 도쿄와 뉴욕 매장 진출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본격적인 해외 확장에 나섰다. 지난해 약 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준지(Juun.J) 이후 한국 브랜드가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은 대표 사례"라며 "패션쇼가 단순 홍보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혁신·지속가능성·디지털···코엑스서 최신 트렌드 마련돼
8월 20~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뷰 인 서울 2025(PIS 2025)는 K-패션의 실질적 경쟁력을 확인한 무대로 회자된다. 26회를 맞은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515개 기업이 참가해 총 835개 부스를 운영했고 이 중 해외 기업은 10개국 239개사에 달했다.
전시 주제는 '혁신·지속가능성·디지털 융합'으로 친환경 섬유부터 AI 기반 디지털 플랫폼까지 최첨단 패션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장이었다.
산업부가 도입한 비즈니스 매칭 시스템(BMS)을 통해 1200건 이상의 사전 상담이 이뤄졌고 행사 기간 동안 234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이 중 약 145건, 총 17억 원 규모의 계약이 예상된다. 단순 전시를 넘어 실질적 거래 플랫폼으로 전시가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올해는 핵심 글로벌 바이어 초청을 대폭 늘려 실질적인 상담과 계약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생산자와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 시장 변화를 읽고 해법을 찾는 전략적 네트워킹의 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전시서 계약까지···국내 업계도 체감 변화
서울에서의 수주 실적, 피렌체 무대에서의 국제적 주목, 그리고 다시 서울에서의 거래 성과가 이어지며 K-패션의 위상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외 주요 전시에서 연속적으로 성과가 나오며 단순 홍보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티 이매진 측은 "몇 시즌 전부터 한국의 문화와 미학에 주목해 왔다"며 "한국은 더 이상 신흥시장이 아닌 젊은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티브를 키워내는 비옥한 토양"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한국이 게스트 국가로 선정되고 PAF가 게스트 디자이너로 런웨이에 오른 것도 이를 방증한다.
국내 업계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신흥국 시장 개척, 온라인 유통망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며 국제 무대의 긍정적 평가가 기업 전략에 힘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쇼룸에 제품만 전시했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계약까지 성사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정부는 첨단섬유 기술개발, 밸류체인의 친환경 전환, AI 및 디지털 기술 확산 등을 통해 K-패션의 글로벌 경쟁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