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들어간 ‘페이팔 마피아’…AI 떼돈 벌 정책 스스로 세운다

2025-12-18

트럼프 2.0, 파워맨 47인

지난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AI 서밋'이란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AI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 혁명을 시작하는 초입에 있다"고 선언했다.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AI에 관해 한 주요 연설이었다. 연설 후 트럼프는 AI 관련 행정명령 3건에 서명했다. 언뜻 보면 미국 정부가 주최한 행사로 보이지만, 사실 이 날 행사 주최자는 민간기업이었고 트럼프는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행사는 테크 전문 팟캐스트 '올인'과 테크 포럼 '힐 앤 밸리 포럼'이 주최했다. '올인'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AI 및 암호화폐 차르를 맡은 데이비드 색스(53) 크래프트벤처스 파트너를 포함한 4명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민간기업이 트럼프를 초청해 AI관련 정부 공식 정책을 발표토록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색스가 'AI 및 암호화폐 차르'로 불리는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어서다. 이날 행사는 색스가 트럼프 행정부 AI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줬다는 언론 평가가 나왔다.

색스는 AI 정책 최고 사령탑으로서 정책을 세우고 조율하며 대통령에게 자문한다. 다만, 그는 AI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여전히 AI 투자자라는 본업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AI 등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현직 벤처투자자다. 자신이 수립한 AI 정책이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AI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AI·암호화폐 차르인 색스가 실리콘밸리 친구들과 자신의 투자에 큰 도움을 주는 정책을 스스로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색스는 총 708건의 기술 투자를 집행 중인데, 이 중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AI 분야 관련 건이 최소 449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과 색스 측은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투자 지분은 매각했거나 정리 중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AI를 비롯한 기술 기업에 수백 건의 투자를 유지한 상태에서 AI 정책을 수립하도록 '백지수표'를 부여받은 데 대한 문제 제기는 이어지고 있다.

색스는 1990년대 말 전자결제 기업 페이팔에 일찌감치 투자해 큰돈을 번 뒤 벤처투자자로 변신한 일명 '페이팔 마피아' 일원이다.

그가 실리콘밸리 투자자와 관료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이유는 '특별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이다. 한시적으로 정부에 자문하는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직책인데,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본업을 모두 정리할 의무 또한 없다.

당초 'AI 서밋'은 팟캐스트 '올인'이 단독 주최할 예정이었다. AI 전략을 세우는 색스 측이 행사를 열고, 여기에 대통령이 참석해 AI 정책을 발표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게 보였다. 소식을 접한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에 반대했고, 급히 다른 주최자를 추가로 섭외해 '물타기'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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