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4월 10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청문회장. 증인석에 앉은 이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8700만 명의 페이스북 고객 정보가 정치적 목적으로 유용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청문회였다.
의원들은 정중했지만 예리하게 저커버그를 추궁했다. 리처드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어젯밤 묵은 호텔 이름을 알려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저커버그가 잠시 머뭇거린 뒤 “아니오”라고 하자 “그게 바로 프라이버시”라는 일침을 놨다. 이후에도 “페이스북은 정보 통제 능력이 있는가”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등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저커버그는 또박또박 답변했지만 변명은 늘어놓지 않았다. 그 대신 “우리는 충분히 예방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은 회사를 설립한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고 사과했고, 여러 차례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로부터 7년 뒤인 지난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 마찬가지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다루는 자리였다. 하지만 풍경은 사뭇 달랐다. 증인석은 실질적 지배주주인 김범석 의장 대신 미국인 경영진이 채웠다. 할 줄 아는 한국어가 ‘아내’와 ‘안녕하세요’ 정도라는 이들의 말에 청문회장 안팎에선 영어 듣기평가 같다는 냉소가 나왔다. 국민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거나 구체적인 사과를 내놓는 장면은 없었다.
두 청문회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미국에서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 사고를 넘어 민주주의와 시민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사안으로 다뤄진다. 그래서 책임의 정점에 있는 오너가 직접 증인석에 앉는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여전히 기술적 사고로 치부되고, 실질적 지배자는 월급 사장 뒤에 숨는다. 책임 경영은 안 보인다.
페이스북은 청문회 뒤 막대한 대가를 치렀다.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징벌적 책임을 이유로 50억 달러(약 7조3900억원)라는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받았다. 무엇보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은 막중한 책임을 진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남겼다.
쿠팡 청문회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에 실패한 채 맹탕으로 흐른 청문회는, 미국에 상장한 외국계 회사라는 외피 뒤에 숨어 시간은 결국 기업 편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쿠팡 청문회를 다시 연다고 한다. 하지만 7년 전 저커버그가 했던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 당연한 한마디 말을 들을 수는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