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끌어올리고 ‘넥스트 반도체’ 발굴…삼성의 반격 시동

2025-07-17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9년 가까이 총수가 재판을 받는 동안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등 산업 대전환기에 대비하지 못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부진한 실적을 끌어올리고 ‘넥스트 반도체’가 될 만한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경영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2017년 2월 기소 이후 102차례 법정에 출석하며 발이 묶인 사이 삼성의 ‘초격차’ 기술력을 상징하던 반도체 사업은 2위로 내려앉을 위기에 처했다.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면서, 올 1분기에는 D램 점유율까지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한때는 대만 TSMC를 무섭게 쫓던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7.7%로 TSMC(67.6%)를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 스마트폰과 TV·생활가전 시장에서도 중국의 추격에 쫓긴다.

업계는 “2015년 이후 거세진 ‘AI 파도’에 삼성전자가 올라타지 못했다”는 뼈아픈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로 국정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되던 2016년 말 엔비디아(575억 달러)와 TSMC(1457억 달러)를 멀찌감치 따돌리던 삼성전자의 시가총액(241조원)은 현재 440조원으로 같은 기간 72배 껑충 뛴 엔비디아(4조1790억 달러)와 8.5배 성장한 TSMC(1조2320억 달러)의 성장세에 크게 밀린다. 진대제(전 삼성전자 사장)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전 세계가 AI 격변에 주목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던 시기에 삼성은 기존에 하던 일을 잘하기도 어려운 것”이라고 짚었다.

‘뉴삼성’ 행보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글로벌 행보 가속화

2025년 2월 이재용·손정의·샘 올트먼 3자 회동

3월 이재용·시진핑 등 중국 회동

4월 일본 출장

7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4·5·7월 M&A 3건

오디오·전장(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공조기기(플랙트그룹),

디지털 헬스케어(젤스)

반도체·가전·스마트폰 주요 과제

◦ 파운드리 사업, 독주하는 대만 TSMC와의 격차

◦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 고대역폭메모리(HBM) 부진

◦ 중국에 추격당하는 스마트폰·가전 등 주력 분야

내부 ‘위기’ 메시지

“‘사즉생(死卽生·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는 뜻)’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

〈지난 3월〉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 리더십’이 조직에 새바람을 넣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2심 무죄 선고 뒤인 지난 3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주문하며 쓴소리를 했다. 동시에 직접 사업 기회를 찾아 나섰다. 항소심 무죄 판결(2월 4일) 이튿날부터 서울에서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 지난 3월 중국 출장길에선 샤오미·BYD 등 기업을 찾아 전장(자동차 전기부품) B2B(기업 간 거래) 파트너들을 만나고, 이달엔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비공개 사교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를 7년 만에 다시 찾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마음이 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 외치던 이 회장의 ‘기술경영’이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바이오 사업이 안착하긴 했지만, 아직 규모가 작은 만큼 신사업 발굴이 멈추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중단됐던 M&A를 재개한 것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4월 이후에만 오디오·냉난방 공조·헬스케어 분야 3개 기업을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정체된 삼성에 뿌리 내린 관료주의를 깨뜨리고 치열하게 일하는 문화를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웨이』를 쓴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법리스크가 1등의 자만과 결합되며 조직은 점점 느려졌다”며 “지금 삼성에 필요한 건 핵심 인재 중심의 재편, 위기의식의 전파, 빠르고 과감한 의사 결정, 그리고 도전적인 목표 설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6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6만6000원대를 회복한 것은 10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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